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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그 여름 조용한 바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이 영화는 청각 장애를 가진 젊은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청각장애 소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기에 대사가 거의 나오지않고,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한 바다만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름바다는 얼마나 활기가 넘치고, 젊음의 싱그러움들로 북적대는가.

그러나 이 영화는 조용한 시골 바닷가이다.

 

청소 용역일을 하는 주인공 시게루가 우연히 버려진 서핑 보드를 주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서핑보드를  열심히 타고 있을 때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그의 애인,소녀

그녀는 조용히 앉아서 그가 서핑을 하는 것을 보면서,그가 벗고간 옷을 예쁘게 개어놓는다.

 

영화의 내용이 거의 서핑을 하고 있는 시게루

조용히 앉아서 시게루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소녀

 

이벤트들로 가득하고,원하는 선물을 사주어서 환심을 사는, 상대방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것 같은 것에 집중해서 한순간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정말로 이들의 사랑을 보노라면 눈물이 난다.

 

대화를 하지않음에도 눈빛으로 교환되는 그들만의 애틋한 정과,상대방에 대한 신뢰, 따뜻한 배려에 마음 속 깊이 젖어든다.

 

우리가 늘 꿈꾸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런 사랑의 내음이 느껴진다.

 

그녀의 살폿한 웃음, 묵묵히 남자를 따라가는,

상대에게 내가 기대할 무언가가 없으면, 야멸차게 돌아서던, 그 혹은 나,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어쩌면, 저런 사랑의 이상향을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인지,다행인지 내게 쏟아지던 애정도 나의 성취와 나의 위치, 미모가 한몫 했을 때 전폭적이었으니,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 금할 수 없었음은, 존재 자체로 귀한 대접을 받고 싶었음일까.

 

나 또한 몇 가지 속물적인 잣대로 사람을 보고있으면서,내겐 무조건적인, 나하나 자체로 제대로된 대접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사랑은 오히려 더 사랑 그 자체로 보이는 순수함.

 

상대의 위치가 변한다고 해서, 나의 자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변하거나 돌아서지 않을..

 

시게루는 서핑을 열심히 하여 대회에도 나가게 되고 상도 타고..

보통의 영화라면,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타고, 그에 따른 인간승리 같은 감동 휴머니즘에 천착하겠지만, 기타노 다케시는 그 틀을 버렸다.

 

 

바닷가에 옷을 벗어놓고 서핑을 하러간 시게루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게 끝이다.

 

영화 내내 조용한 정적만이 감돌지만, 깊은 여운을 더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히사이시조 음악이 한몫했다.

 

태왕사신기와 원령 공주의 음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히사이시조의 음악..

 

(개인적으로 원령공주의 음악 너무 좋아한다, 물론 영화도 넘 좋았다.)

이 영화에서도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더욱 더 서정성에 머무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매년 여름이면, 이 영화가 더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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