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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8월 28일 가로수길 번개 후기

새로운 계절의 길목에선 항상 감정이 요동친다.

무심할 때도 되었는데, 수줍게 설레인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 앞에선, 하루 하루 지나가는 속도에 서러울만큼 더 유난하다.

 

내게 가을은 문득 쳐다본 파란 하늘과, 머시멜로우처럼 말칸말캉할 것 같은 섬세한 구름, 그리고 귓가에 들려온 음악,들로 시작한다.

 

어느 순간 책을 읽는 것보다, 사물이 내게 말해오는 것들,

자연이 내게 말해주는 것들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사소한 간판하나, 길가에 뒹구는 돌맹이 하나, 이름 모를 들꽃들 하나까지 모두 경이롭다.

나의 영혼이 이런 것들에 반응할 줄 몰랐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 인간이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데, 사물과의 공감 능력이 매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림이 내게 건네주는 말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들려주던 말처럼 그렇게  가슴에 들어와 안긴다

 

 

하나 -- 가로수 길 이야기

 

 

 

 

2007 3월달 쯤 처음 가보곤 엄청 반했던 길이다.

일욜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을 때 슬슬 산책 삼아 나갔다가 횡재했다고 소리치고 싶던 길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조용하고 운치있는 길이 있을수가..

 

차량도 많이 다니지 않고 양쪽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고 건물들이 나즈막하니 편안한 느낌을 준다.

 

 

빠리에 갔을 때 약간은 촌스러우면서도 골목 끝에 야외 카페가 있던 그곳의 분위기와 닮아있었다.

그 길 끝에 약간은 허름한 호텔에 묵으면서 처음엔 좀 화가 났었는데 다니다 보니  허름한듯 정갈한 레스토랑,가게들에게 점점 정이 생겼다.

낮은 건물들,빽빽하지 않고 여유로움을 주던  그 공간이

서울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 길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cgv에서 영화보고 이 길을 거쳐서 집으로 오면 산책도 되면서 운동도 된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화려함에 취해 정신없이 놀다가도,그곳의 영악함이나 속물스러움에  힘들어질 때 나를 아무 이유없이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언니같은 느낌이랄까..

 

 

 

 

 

 

두울. .어반 아트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을 보러 갔던 날이 생생하다.

봄꽃이 너무 화사하게 예뻤던 날

그날 난 동아 일보 앞에 너무 앙증맞게 피었던 양귀비꽃과 패랭이꽃이 취해 기분 좋게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전을 보러갔다. 그러나..

 

스티브 맥커리 진실의 순간

 

주로 아프가니스탄, 인도, 버어마 등 내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눈망울을 포착한 사진을 찍는다.

 

전쟁으로 인해 상처가 난 눈에 울음이 곧 터질듯한 아이를 보고 나도 따라서 아팠다..

만만치 않은 삶이라지만,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달관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고, 두려움에 갇힌 사람들,천진난만한 표정들, 무엇인가에 의지를 불태우는 얼굴들도 있었고.

 

진실이라는 건 확실히 항상 상처를 준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이 자기들 무의식의 심리 안에 눌러져 있던 무의식에 접근할 때마다. 심한 저항을 보이는 사실을 확인 했듯이, 나또한 내가 외면하고픈 ,

남들의 진실에도 심한 불편함을 보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버텨내고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전시회를 보고 회사로 들어오는데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전시회를 보고 나온 여운인지, 무엇인가를 원하는 열망 때문인지, 마음이 서러웠다.

 

누군가 쓰러지면 손잡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이 글은  사진전을 보고나서 봄에 쓴 글)

 

오늘 어반 아트에서 그때 전시되지 않은 작품들이 전시된 걸로 아는데,  오늘 좀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봤다.

보신 분들의 느낌이 어땠는지 매우 궁금하네요.

 

 

셋 . 육심원 갤러리 카페

 

 

 

 

 

필립 강 갤러리, 얼 갤러리 전시를 못보게 되면서  이곳을 방문하였다.

지하에서 이니스피리 행사를 했다.

폐품을 이용한 작품들이 있었다.

 

다른 건 기억이 안나는데, 무료 음료 쿠폰과 손수건, 그리고 연필을 무료로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겐 솔직히 예술가로서의 느낌 이외에 상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기억된다.

카페  분위기바꾸기,종업원들 친절도, 일단은 사업가로서의경영능력이 돋보인다.

 

넷--3sp갤러리

박미진 개인전

 

 

신비한 소녀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히데야키 그림에서 받은 느낌과 거의 비슷하다.

 

 

신비와 순수의 느낌으로,약간의 알 수 없는 공허감으로 다가 온 그림.

어디로가는지 갈 방향을 잃고 헤매는 그래서 허공에 내던져진 하얀 여인네..

어렸을 적 즐겨보던 순정만화 속의 큰 눈망울로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아득하기만하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꿈을 꾸고있는듯한 몽롱한 눈동자와 목이 없이 어딘가를 정처없이 떠다니는 가녀린 여인네..

 

저 여인이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로 시선이 향하는 것일까.

왜 현실에 발을 디디지 못해서 저렇게 헤매이고 있는걸까.

이를테면 아비정전에서 나온 발없는 새의 느낌이 저런 것일까.

한평생을 날라다녀야하는..

죽을 때가 되어서 평생 한번 앉는다는..

 

우리네 인생이 혹시 저런 느낌일까.

 

무언가를 부여잡고 무언가로 채우고 누구에겐가 기댐으로써 평화를 바라지만, 그렇게 내면 안에서 채워진듯한 그 순간에 우리는 혹시 사라지는 건 아닐까..

 

나무나 돌처럼 자신 안에 분명한 존재근거를 가지고 있는 즉자존재와 달리,자신 안에 아무런 근거를 가지지 못한,그래서 무언가를 항상 열망해야 하는 대자존재로서의 사람의 숙명이 읽히는 순간이다.

 

그 열망하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무슨 깨우침과 어떠한 근거와 안식을 줄런지는 계속 살아가면서 느껴야하는 부분이리라.

 

살면서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과  솟구치는 수많은 열망 들 속에 지칠 때쯤 정말로 그냥 한점의 그림 속에 박제되었으면 하는 때..

 

내 속에서 바라는 마음이 넘쳐나서 ,뭔가를 이루려는 욕망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를 깨닫는 순간,그냥 한줄기 빗물처럼,그림 속 여인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지란 생각이 든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게 삶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생에 크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거 자체가 허전함을 내포하고 있으리라.

 

히데야키 속 여인네들의 눈이 내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들이리라.

 

 (이 글은 작년 봄에 쓴 글입니다)

 

순수하고 청순한느낌의 소녀에게서 받는 묘한 우울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일상에서  문득  튀어나오는 삶이때론  만만치않고,쉽게 해석되지 않아  느껴지는 답답함 속에 절망이었을까.

흔들리듯, 아름다운 눈빛에서 전해지는 그 여인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여인이 내게 말을 해주지 않는 한, 나는 그저 이러저러한 짐작만을 할뿐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정서가 내게 전해져온다.

그녀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서 불현듯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 그녀는  나의 거울일런지 모르겠다. 

 

다섯--후기

 

 그 뒤에 시골밥상,스타벅스, 풀젠?으로 이어지는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습니다.

첫번개라 많이 허둥댔는데,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 특히나 감사드립니다.

답사에서부터, 오늘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것 저것 세심하게 체크해 주신  아이리스님

번개  같이 제안하시며 마지막 까지 문자로 쪽지로 응원멘트 끊임없이 날려주신  나무야님,  항상 내 눈을 너무 즐겁게 해주시는  미셸님,특히 신발 ㅋㅋ

저의 협박에? 내일 중요한 시험도 팽개치신 채 달려나오신 만담 벗 달리님

멋진 사진 찍어주기 위해서 15만원 들여서 사진기 고치신? (맞나요? ) 보스코님

더워서 헥헥 대고 있을 때 음료수 사주신 수프님

저의 첫번개를 축하하며 선물 주신 물고기자리님 ㅋㅋ

운영진이 나타나니 왜 그리 든든하던지요. 보보님

부재중 전화 4통에 문자까지 보냈는데, 무지고 둔하고 산만해서 제가 전화 못받는 바람에 40분 헤매신 김용범님, 그 와중에 또 역시나 초코렛 준비하셔서 나눠주시는 센스

 

허리 아픈데도 나오셔서 집 앞까지 택시 같이 타고온 멜리사님

 

그외에도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지만, 함께 한 많은 분들 즐거우셨기를 바래요.

 

 

 

 

 

 

 

 

 

 

 

 

 

 

 

 

 

 

 

갤러리 두 군데나 펑크네서 너무 죄송하구요.

저번 주 답사 갔을 때 분명히 오늘 마지막 전시날이지만, 오후까지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다시 확인 전화 안해본 게 큰 실수였어요.

 

하나 귀한 거 배웠지요.

확인  또 확인 하기요.

 

내게 오늘 하루는 100년처럼 길게,그리고 찰나처럼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듯하다.

불안과 행복이  수시로 넘나들던 마음 속 행로가 더할나위없이 달콤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