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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가을비로 흔들리는 세상

 

가을비가 내린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녹턴이 나왔다

가슴이 쏴아했다.

비가 올 땐 무조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미친듯이 들은 적이 있다.

쇼팽이 상드를 기다리듯, 그렇게 무언가를 기다리며 비오는 마음을 위로받았다.

 

비가 올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슬픔이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견뎌야 하고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요 몇년 간 치열하게 나를 검증하면서 얻어진 건 내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있었다는 거다

 밖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던 것들을 내 안에서 발견했다는  뜻이리라

나 하나로도 많이 완전해지고 편안해짐에 감사한다.

 

그러다 문득 문득 작은 것에  또 흔들리고 마음이 서성여질 때 혼란에 빠진다.

이렇게 가을비로도 그럴 수 있다.

 

불완전한 나를 들여다 보고 만나는 순간, 그럼에도 그런 나를 껴안아주고 스스로 다독인다.

 

 

 

우리 회사는 지금부터 성수기 작업이 한참이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고 정확을 요구하는 일이다.

세심한 일들보단 난 실은 영업쪽에 더 재능이 있다.

그럼에도 꼼꼼을 요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적성과 재능이 없음에도,  이 일을 오래 해낸다.

 

점심을 두시 넘어서 먹게 되었다.

 

이럴 때 내게 위로가 되는 건 음악과 꽃들이다.

밥을 굶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작년에 피었던 그 자리에서 또 다시 피어났다

 

평생을 코스모스로 살고 싶었던가.

가당치도 않게

 

 

비 오는 빠리를 보는 것도 소원이 었다

카유보트의 빠리 레이니 데이에 홀딱 빠져서 비 오면 나도 그렇게 멋진 복장으로 그 거리를 누비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이번 빠리 여행길에 비가 내렸고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오면서 그 길이 너무 멋져서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그 좁은 길이 너무 좋았다.

 

빠리는 골목 골목 길이 너무 좋다

 

이번 키아프 전시에서 나를 가장 사로잡은 그림이다.

위트릴로 그림이다.

오랑주리에서 위트릴로 그림을 원없이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위트릴로의 하얀 순백색의 애잔하면서도 평화로운 그림을 좋아했다.

그의 복잡다단하고 짠한 개인사도 그의 엄마의 애잔한 사연들까지 더해져서 내겐 사랑해야만하는 화가로 기억된다.

말년에 대박난 그의 인생은 기억하지 않기로 한다.

이상하게 그의 아픔만을 기억하고 싶다.

그렇게 절절한 그림만 기억하고 싶다.

 

 

 

 

요즘 자우림의 김윤아가 부른 가시나무에 빠져있다.

원곡을 부른 시인과 촌장을 너무 좋아했었다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노트에 써가면서 외웠고 매일 일기장에 그 가사가 적혀있었다.

하덕규의 시인같은 감수성이 그의 하모니카 소리가 그의 음률이  좋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다.

 

작년에 자선 바자회 연말 콘서트에 갔다가 조 성모가 가시나무를 불렀다.

그때 시인과 촌장을 기억했다.

조성모도 물론  노래를 잘 소화해했다.

 

요번에 나가수에서 김 윤아 이 노래 대박이다.

이 노래를들으면서 나는 펑펑 울었다.

분명 내겐 슬픈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눈물이 줄줄 나왔다.

 

아니다 김 윤아를 핑계로 맘껏 울었는지 모르겠다.

빠리의 잔상이 날 슬프게 했고,  암스텔담의 그 공기가 아직도 그리웠으며

가을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눈물은  이젠 그만 숨기고 싶지만, 내 의지에 반해서 불쑥 틔어나오는 내 안의 힘일런지 모르겠다

드러나게 되있다.

 

 

 

사람의 살이 닿는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끈적끈적한 느낌은 더욱 더 싫고,그래서 예전에 손을 안잡는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인 줄 안적도 있었다.

그래도 사람의 신체 가운데 손의 느낌이 좋다고 생각한다.

 

 

순간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 때도 있다.

한참 망설이다가, 현실에서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미련없이 덜덜 떨면서 악수를 청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진쌤의 손도 몇 번 잡아보았다. ㅋ

이 분의 손의 느낌은 정말 따뜻해서 한참 깜짝 놀랐다.

정말로

손이 이렇게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구나

 

 

내 귀는 네 마음 속에 있다

그러니 어찌 네가 편할 것인가

그리고 내게

내 마음밖에 그 무엇이 들리겠는가

 

황인숙 응시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가을이 하루 하루 가고 있다.

불안하고 두렵다

이 좋은 가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서럽다

 

strawbs의 autumn을 계속 듣고, 라흐마니노프와 브람스가 생각나고, 사랑의 단상과 가을 나그네가 읽고싶어지고 가을날의 동화가 보고 싶고.

 카유보트의그림이 보고 싶어지고,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이 떠오르고, 로뎅의 테라코다 작품이 떠오르고, 터키의 젊은 디자이너의 바바리가 입고싶어지고

.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통의동의한적함 여유로움도 생각이나고.

 

그 두려움의 실체는 가을일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안일런지..

 

지나가는 가을을 붙잡아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