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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11월12일 그 뜨거움에 관하여

가을 풍경이 좋다.

 봄에 직접 뿌린 씨앗들이 이렇게 소담스런 이쁜 꽃들로 피어났다.

보면 볼수록 정감가는 누나가 사랑한 꽃.

 어린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눈에만 담기 아쉬워 그림으로 그리려 하는데 아련한 느낌이 나지 않았다.

글과 그림으론 전혀 그 느낌을 불러내지 못하니 지나 가는 가을만큼 넘 아쉬웠다.


과꽃 지는 모습도 넘 아름다워서 쳐다 보고 또 쳐다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 가득한데, 그나마 씨를 받고나니 마음이 놓인다.

내년에도 만날 수 있을까.


만나야지.


백일홍은 이쁘고 튼튼하게 생긴 녀석들을 골라서 심었다.

해마다 얼마나 이쁜 꽃으로 피어나던지, 해준 것도 없는데 미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마다 가을에 이렇게 내곁에 있어주어

너무 고맙다라고 말해주는 것



백일홍 졌던 날 ,그 허전한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빈자리엔 향 좋은 허브 종류다

로즈마리를 잘라서 씻고 말리고 향 좋은 차로 다시 만난다.

과정이 복잡한만큼 더 애틋하게 맛나게 느껴진다.

향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까지 데우는구나 싶어진다.



차로도 풍경으로도 사람으로도 다스려지지 않고  마음이 요동칠 때가 있다.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현시국을 보면서 무언가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올라오는 것들을 끄집어 내는 과정은 실어증을 동반한다.

자신의 세계로만 빠지는 그 과정은 이 세상의 온갖 허무를 느끼는 과정이다.


허무감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던 건, 솔직하려는 내 자신의 용기였을런지 모르겠다





몇번이나 다녀왔을까

최욱경전시

시작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기 지치지도 않고 수십번을.

매번 다른 느낌


마크 로스코 그림처럼이유없이 슬펐다.

화려한 색깔 뒤의 묘한 슬픔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올 때의 쿵쾅거림

그렇게 나를 헤집어 놓더니 기어이 그녀가 내게로 왔다.

정말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마음에 드는 영혼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겠지만, 착각이여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내겐 나름의 결전의 날.

머리 속만 복잡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를 다구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행동하지 않을 까봐 내개 주문을 걸고 또 걸었다.

내 스스로 핑계를 너무 잘 대는 걸 알기에.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

특히 자신에게

그럴 때마다 너그러운 척 하는 건 자기기만, 자기 합리화

나는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다.

깊게 생각해봐서 맞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없니 나가고 싶다.

힘들더라도 변화하는 삶.죽을 때까지.--



원래도 서촌을 좋아하지만, 영화 최악의 하루를 보고나서, 서촌을 다닐 때면 더

 다정스럽게 느껴진다.

류가헌 갤러리, 창성동 실험실, 팔레드 서울이 있는 그 길

소박하면서도 덜 다듬어진 무심함이  늘 그대로 있어주면 좋겠다.





1)팔레드 서울-





2)인디프레스




3)팩토리


오늘 만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예상은 했었지만.

만나기로 한 3번 출구가 폐쇄되어서, 2번 출구로 장소를 옮겼다.

공지란 댓글에 만나는 장소가 바뀌었다고 공지를 했지만, 전화통에 불이 났다.

어찌 어찌해서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만났다.

이런 복잡한 상황속에 나와준 사람들에 대해 처음부터 동지애가 느껴졌다.


리안 갤러리를 시작으로 팩토리 팔레드 서울을 거쳐 인디프레스전시를 보았다.

그 이후에 갤러리들이 문을 닫아서 일부는 대림 미술관까지 나름의 강행군.



청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각자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끝까지 같이 있어준 진한 동지애를 느끼게 해준 우미갈 식구들에게 너무 고마움을 느낀다.

  신념을 같이 공유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


의미없는 세상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건 ,어쩌면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어가고

행동하는 그 작은 진심일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