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하얀 계절, 후쿠오카 , 멋진 시간은 멈추어야 한다.~

 

 

인간은 항상 자아를  벗어나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다른 땅으로 가기를 열망한다. 그곳은 방랑의 장소이자 동시에  귀향의 장소로 여겨진다.

 

 

 

--미셀 르브리-

 

(이 제목은 올더스 헉슬리의 --시간은 멈추어야 한다-를 인용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 또한 이 제목을 세익스피어의 시에서 따왔다고하네요)

 

방랑의 장소와 귀향의 장소가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의 흔들리는 불안함과  , 가끔씩 바깥 세계를 상상하면서, 분열감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그 힘이 어쩌면 낭만적 열정의 모태일지도 모르겠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얘긴 지친 일상의 활력을 기대한다거나, 단지 이곳이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그저 단지 내가 꽉 잡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싶고, 내가  맺은 주위의 인연까지도 초연해지고 털 수 있는 자유로움이 그리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여행을 통해 얻어진 그 공간들에 대한 환상은 ,각각이 다 분산되어있는 듯 보이지만,하나의 지속적인 통일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공간과 장소 속에 내가 있다. 그래서 아마도 프로스트는' 장소는 사람이다'라고 했나보다.

곳곳에 여행을 한 그 흔적들 속에 보여지는 모습은 한평생 내가 추구하는 자유로움이다.

 

클럽메드의 광고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러나 아직도 내겐 멀고, 어렵고,그래서 더 귀하게만 보이는 , 극복해내지 못한 유토피아다.

 

하카다 리버레인--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지하철 나카스 가와바타역 7번 출구

 

 

 

 

 

 

 

섬 (island전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의 미술관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며 한참을 저 푹신한 소파에 앉아있을 수 있다. 한낮에 미술관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댓가로 신이 저들에게 저렇게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선물로 주셨구나 란 생각이 든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수많은 집착과 욕심에 의해 그림이 안보이면 어떻게 하지..

그때도 혹시 아무 것도 못빠져 나가게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일상의 버거움을 잠깐은 내려놓을 수 있고

자신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작은 소파에 기대앉을 수 있는 그곳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그랜트 하얏트 후쿠오카. 캐널시티랑 바로 연결되어 있다. 호텔 안에서 바라보는 정경이 참 예쁘다 밤에도 ,아침에도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강물의 느낌이 참 애잔하면서도 신비롭다

 강물을 보면 늘  넋을 잃는다.

좋아하는 사람보는 것처럼

강물처럼 빨려들어 가게 하는 사람 있을까..)

 

 

---아직도 강은 그 여자에게 아주 슬픈 무엇이다.

우리네 삶에 깃들어있는 강물같은 부박함.. 그 후로 그 여자가 보는 강은 늘 햇빛을 받아 물결을 어룽어룽 반사해 올린며, 눈시울을 적셔오는 그 무엇이다.

생각해보면, 강이 그렇게  슬픈 것은, 그것이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다에 닿기 위해, 아직도 고단하고 먼 길을 가야 하는 막막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세월 중에서

 

강물이 내게 들려주는 얘기, 내가 퍼부었던 속의 얘기들,다행히 머물지 않고 ,흘러간다.

 

 

 

 

 

 

 (저 맨위의 사진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란 느낌을그대로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인지 풍경인지 하나가 된듯한 자연스러움이 넘치네요)

 

 캐널 시티 하카다 -- 텐진역 앞에서 100엔 버스를타면 된다. 

 

구불구불 흐르는 운하를 따라서 참신한 디자인의 오피스동과 호텔 상업빌딩 이늘어져 있는 인기 복합 시설

여기엔 백남준님의 작품이 있다.

근데 약간 고장났다. 안타깝게도..

 

 

5층인가에 라멘 스투디오가 유명하다길래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맛은 아니다.

예전에 홍콩에서 먹었던 라면맛과 비슷하다.

고기가 둥둥,기름이 둥둥  떠있는 느끼한 라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있어서 인지 계속 흥겹게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고 사람들은 북적이고, 먹고 보고 마시고 놀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장소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동 코엑스몰이나 센트럴시티쯤 될까.

 

현대인의 샹그릴라는 이런 곳이 아닐까..

나의 눈과 귀와 생각을 틀어막아서 아무 것에도 저항 못하고 ,오로지 쓰고 즐기고 유흥하는 것만으로 나를 채워갈 수 있도록

.

정처없이 부유하는 나의 맘도 이 곳에 오면  

정말이지 이곳에 있을 땐 아무 생각도 나지않는다.

 

그저 더 좋은 쇼핑을 해야겠다는 일념밖에는..

 

 

 

 

 

 

 

기욤역에서 내리면 작은 절들이 많이 있다. 아래 사진은 절로 들어가는 길의 작은 골목이다. 넘 예뻐서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 싫었다. 눈발이 하얗게 내리던 그 날 그곳에서 눈을 맞으면서 한참 그렇게 서서 눈에 넣었다.

 

골목길을 보면 왜이렇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가.

포근함으로 철없던 유년을 떠올리는 그 풋풋함도 있고,한없이 밝기만 했던 그 여름밤에 나누었던 그 대화들이 지나간 자리에 ,골목이라는 상기의 힘이 버겁기도 하다.

 

시간은 크로노스처럼 우리의 삶이 가진 많은 것들을 가져가 버렸다.

모든 것은 흘러가버렸고,많은 것들이 내게서 멀어졌다.

놓치않으려고 벌버둥쳤던 것들일수록 완벽하게 내게서 멀여져갔다.

 

어찌보면 그렇게 흘러가버리고,그래서 허무하고 무가치하다고 느껴지는 이런 마음들이 오히려 더 매끄러운 삶 내지 인간 관계를 선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라져버린 것들,잃어버렸다고 통탄했던 그 지점에서 더 새롭게 꿈을 꿀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골목길은 한국적 심성에 잘 부합하는 공간구도를 가지고 있다 골목길은 미로의 포근한 친밀감을 기본 특징으로 갖는다. 어머니의 자궁같다는 말이다, 스케일도 사람 크기와 잘 어울리는 적당한 규모를 유지한다.

 

골목길에 담겨있는 이런 특징들은 현대 건축가들이 만들어내고 싶어서 만들어낸 조형적 가치들이다. 현대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유명한 에셔의 불가능한 공간,  혹은 뒤틀린 공간, 시리즈는 우리와 유사한 북아프리카나 유럽의 고도들에 남아 있는 골목길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베르그송에서 들뢰즈에 이르는 현대 사상가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건축 우리의 자화상--임석재

 

 

 ---임 석재 선생님 강의를 3개월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강의 열의가 대단하신 분이다.

성의 있고 꼼꼼하신 건축 강의 덕분에 알고싶었지만, 잘 몰랐던 건축의 흐름에 대해 맥을 짚어낼 수 있었다.

덜렁대느라 놓쳤던 건축물들, 다시 한번 기회가 안되면 꼼꼼하게 치밀하게 더 마음 안에 넣어올 수 있을텐데..

 

글쓰기와 글읽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분으로도 기억된다.

이런 분들을 책을 통해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꾸준히 만날 수 있으면 더 많이 행복할 것 같다.----

 

 

골목길을 따라서 간 절이 한적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눈비가 섞어서 내린 그날, 조용히 와서 저마다 간절함으로 무언가를 빌고 가는 사람들..

나는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돈을 내고  촛불을 밝혔다.

간절히 나도 한참을 기도했다.

 

누구에겐지는 모르겠지만, 단하나의 나의 소망을 위해.

 

그 간절함 때문에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간절함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도 되지만, 곧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질 것도 알기 때문에 ,적당한 마음 내려놓음을 해야하지 않을까.

 

 

간절함은 고통이다.

어떤 물건이든 어떤 대상이든, 간절함에 마음을 묶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쇼핑 리스트들..

파나소닉 루믹스 GF 1

출장 오기 전 날 인터넷에서 500대  한정 수입해서 판매했는데 단 20분만에  마감되었다는

그 전설의 카메라.

일본에 가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길래 텐진의, BIC CAMERA매장을 찾아갔다.

한국보다 30만원 정도 더 저렴하다.

여기 오면 항공료 건질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닌듯 했다.

 

실물을 보니 가슴떨리게 아름다웠다. 너 정말 아름답다..

흰색이  탐났다.

기능이고 뭐고 불편하고 뭐고 무겁고 뭐 그런 것들 다 제쳐두고, 그냥 디자인이 넘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던 카메라.

 

고질병이 도졌다.

한번 필 꽂히면 앞뒤 안가리고 덤벼드는 것..

그렇게 돌진하면 그 후의 수습의 과정은 힘들수도 ,아니면 내 탁월한 선택에 만족해하면서 감당할 수도 있다.

근데  아직까지는 카드값이 청구되지 않아서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완전 이쁜 내 친구 내가 보고싶을 때마다 언제나 내 곁에서 숨쉬는..

 

 

 

그곳에 있었을 때는 텐진 근처의 백화점이나 빅 카메라 매장, 인큐브매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 헤벌리고 좋아했는데, 왜 여기 돌아오니 이런 곳들이 더 아스라하게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구시다 신사 근처에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진 약간은 남루한 가게들.

저런 시장을 언제 보았던가.

 

엄마랑 저런 시장에 갈 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엄마 손 꼭 붙잡고 엄마가 사주는 길거리의 간식을 먹으며

엄마 따라 시장에 간 날은 꼭 내 옷을 내가 입고 싶었던 옷을 사주곤 했다.

 

동경에 우에노 공원 근처에도 꼭 저렇게 비슷한 시장이 있었다.

처음으로 나와 같이 자유 여행을 해본 동생은 그 때 입을 안다물었었다.

팩키지 여행만 다니다가 언니 따라서 온 자유 여행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그때 그 시장에서 동생이랑 먹던 소프트 아이스크림.

동경의 무더운 날씨 속에 몇 번 안먹은 아이스크림은 줄줄 흘러버리고

우린 그래도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끈적끈적함을 날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장소들임에도 어디서 봄직한 친근함 느낌들, 또 나의 기억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이유는, 나 너무 많이 살아서일까.. 

 

 

도토루

걷다가 다리 아프면 도토루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다.

일본에 오면 난 꼭 도토루를 가야한다.

그곳에 가면 친구의 온기가 느껴진다.

동경 갈 때마다 맨발로뛰쳐나오는 나의 친구가 처음 데려갔던 커피집이 도토루였다.

 

여기에 너가 입맛이 꼭 맞을 음료가 있다고

흑설탕 라떼

 

친구의 사랑이 그리웠는지,그 음료가 맛있었는지 난 늘 동경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 다시 갔을 때 그 흑설탕 라테는 단종되었다고 했다.

흑설탕 라테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이곳이 좋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날

호텔로 선물 한상자가 배달되어 왔다.

친구가 보내온 선물들

 

동경에 있으니 내려오진 못하고

화장품에 간식에 속옷이며,스타킹까지.

내가 유독 좋아하는 일본 화장품이 있는데, 한국엔 아직수입이 안되는 품목이다.

그 화장품 떨어질만 하면 한아름씩 내게 안기는 친구..

 

우린 서로의 열정과 강렬함에 중독이 된 사이인 것 같다.

 누군가의 강렬함이 늘 더 아쉽고, 더 많이 내게 뿜어졌음 하면,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열정이 내게 부담스럽고 도망가고 싶다면, 그가 싫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살다보면 좋아하는 사랑의 열정은 늘  모자라고, 싫어하는 사람의 열정은 넘쳐보인다.

 

 

"떠남과 머묾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어디서든 변이할 수 있는 것이며, 새로운 삶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며,이를 휘해 쳔재와 미래를 사로잡는 고착된 인연의 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그 끈을 풀어서 새로운 삶의 자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목은 다른 삶의 영토를 찾아 다른 삶 자체를 찾아.,다른 사유 다른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고 그에 필요한 어디로든 샐 수 있고 빠져나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앉아있는 자리에서조차 '자유로운 새로운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탈영토화하는 삶, 그 자체이다. --이 진경(철학의 외부 ) 중에서--

 

이 진경의 책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란다.

나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듯 해서 놀랐고, 그의 생각들이 너무 시원하고 자유롭고 거칠 것이 없어서 놀랐다.

 

유목민은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창조하는 자라는..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든 항상 떠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단촐하고 가벼운 삶이 주는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을 거부하는 유목민의 삶...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부 여행기  (0) 2010.01.18
[스크랩] RE: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상 미학~  (0) 2010.01.09
왕가위-- 화양연화  (0) 2009.12.10
사랑의 묘약  (0) 2009.12.08
첼로 리사이틀--미샤 마이스키   (0) 2009.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