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심리학 사랑을 말하다 -독서모임 후기

페르소나 벗기 2020. 12. 9. 17:23

심리학 사랑을 말하다

길을 가다가 옥잠화의 향기에 취해서 발걸음을 멈추어 본 적이 있는가

밤바람과 함께 건네지는 옥잠화의 그윽한 향기에 그대로 숨이 멈춰질듯한 아픔을 느꼈다면 그것 또한 감사한다.

이 향기가 그리워 가끔씩 가슴이 저려온다.

 

옥잠화 가득한 곳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며 그 마음을 쓸어담는다

 

눈길 주지않으면 그냥 무심히 지나쳐 버릴 꽃, 내가 너를 알아봄으로써 너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다.

너 또한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나를 알아본다.

너를 통해서 나를 본다.

존재의 소리없는 비명에 답해준 누군가가 고마웠다.

 

독서모임 시작 하기 전에 꽃잎이님이 가슴 아픈? 자작시를 들려주었다. 홀딱 빠져서 정신없이 듣는 바람에 사진 촬영도 못했다.

뒤이어 허미츠님도 시낭송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사진 찍는다고 설치는 바람에 시낭송을 제대로 못들었다. 죄송하다. 그러나 목소리 좋았다. ㅋ

 

허미츠님이 책을 잔뜩 가지고 오셔서 나눠주셨다. 세상 살다보니 이런 횡재가..

앗싸 김영민 책이다. 들뢰즈는 나한테는 영원히 헤매는 미로이고, 푸코는 너무 좋다. 이 분 글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그분의 스타일이 너무 좋다. ㅋㅋ

그런데 허미츠님 완전 천사다.

어떻게 아끼는 책을 나눠주실까

나는 대학교 때부터 읽던 책들 하나도 안버리고 낑낑 대고 있다.

옷이나 신발보다 어쩌면 더 책을 버리기 어렵던데..

세상은 정말 나처럼 이기적인 사람만 사는 건 아니구나 ㅋㅋ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음식 떡볶이. 거의 자제가 불가능한 식 떡볶이. 오늘도 이놈 땜에 다여트 망했다.

떡볶이랑 완벽하게 이별하는 날 다여트도 완성될텐데.

쩝~!

 

두부두모님이 이렇게 불만을 터뜨리시는 건 처음 봤다. 나쵸 양이 적다고 ㅋㅋ 정말 양이 적다 그런데 맛있어서 조금은 용서가 되었다

 

의자왕 ㅋㅋㅋ

 

음식에 대한 사랑을 열심히 실천하시고 배가 부른 뒤 여유있어진 루이님, 그러더니 몇몇 날카로은 말들을 토해내셨다 의자왕.. 또 있었는데 뭐더라 ㅋㅋ

요 빨간 원피스는 어정쩡한 다여트로 여전히 옷이 벌어지고 있다.

저 단추가 순조롭게 잘 잠겨야 하는데

옷한테 미안해.

밑의 마루밑 아리에티가 입었던 빨간 원피스랑 좀 비슷하다.

 

심리학 사랑을 말하다 . 책은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꽃잎이님의 설명으로 대충 책에 무슨 내용이 있을까를 짐작했다.

준비를 많이 해오신 꽃잎이님에게 화답을 못해서 참 미안하다.

 

사랑에 관한한 배가 부른 것일까

결핍을 느끼기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사랑에 관한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전해질 수 없고 표현의 한계에 더군다나 사람들의 여러가지 도덕적인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쉽게 말을 못꺼내는 게 사랑일지도 모른다.

 

미숫가루님이 내 사랑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 할말이 없다.

 

어쩌면 , 나는 생각보다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이고 계산적이어서 편안한, 남들이 다 인정하는 그런 사랑만 했을까.

현실을 위협하는 욕망으로 금지의 체계에 도전한 절절한 사랑을 해봤을까.

 

그건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몇 년 전에 쓴 글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전에 쓴 글 울궈먹는 취미가 생겼어요. ㅜㅜ

 

 

 

GOOD BYE TO ROMANCE

 

아직까지 너무나 어린 내면 아이를 지니고 있는 나는 해결이 되지 못한 미해결 과제(게스탈트)들이 있다.

때때로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요하는

 

(콤플렉스에관한한정말나는너무너무할말이많다)

 

 

 

다양하게 많지만, 그중에 하나만 일단 써볼까 한다.

 

의존증 콤플렉스

 

난 장녀다. 어려서부터 아빠가 모든 걸 다 해주셨다.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한번도 문방구에 가본 기억이 없다.

세상이 항상 아빠처럼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고 나를 다 도와주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줄 알았다.

아빠없이 나와 본 세상은 생각보다 은근히 추웠다.

 

 

지금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 자기가 바라는 것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가끔씩은 아빠처럼 든든한 후견인이 나타나서 나의 모든 것을 해결해줬으면 하는 나약함이 있다는 걸 안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간섭하는 거, 아에 대해 스토커적인 관심을 보이는 게 젤 싫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냥 남이 다 떠먹여주고 난 그냥 애교나 부리고 비위맞추면서 그냥 살아도 되지 않을까, 쉽게 살까..? 왜이리 투쟁하듯이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심리학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스캇 펙에 의하면 의존성이란 상대방이 자기를 열심히 돌봐 준다는 확신없이는 적절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거나 자기가 완전하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늘 내게 있는 의존성을 경계하면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갔다.

일부러 혼자 미술관 가기, 영화관 가기,음악회 가기, 밥먹기,쇼핑하기,서점 가기,..등등..

혼자서 많이 편해지고 ,예전엔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포기했던 모든 일들을 혼자서도 해내는 걸 보며 엄청 스스로에게 대견해했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하는 일을 나는 나혼자서 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그러던 작년 가을

나랑 친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내게 커다란 고백을 해왔다.

혼자서 아주 씩씩하게 살아오던 그녀가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했다는 거다.

 

남자 나이가 엄청 연하라는 것과 실연 당한 과정을 내게 아주 상세하게 얘기해주는 것이 엄청 놀라웠다.

그리고 내가 몇십년 전에 겪었던 실연의 상처와 너무 비슷해서도 놀랐다.

 

그 후배가 부럽기도 했다.

첫째..자신이 당한 실연의 과정을 자세히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둘째.. 실연의 과정에서도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끝까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

그 후배와 나와 연애에 있어서 비슷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연하라는 것(.그당시만해도 연하랑 사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두살도 아니고... 아무한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죄인의 느낌..?) 상대방이 얼굴이 좀 잘 생겨서 늘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함을 안겨준다는 것

 

2) 도덕적인 타인의 시선 때문에 처음엔 전혀 맘을 주지 않았다는 것

 

3)열리지않는 맘을 열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직접 불러 준 노래라는 것

 

,내 경우엔 오태호의 사랑이 그리운 날들엔..라는 노랠 집으로 전화해서 들려주며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거라고 했다. 노래가사가 넘 애절하고 그 애 목소리가 넘 좋아서 맘이 자꾸 흔들렸다..

그런데 어느 날 명동 한 복판에서 그애가 작곡했다던 오태호의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노래를 듣고 기절했다. 아뿔사..근데 이미 그애와 만남을 한참 시작하고 난 뒤였다.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공중전화-오태호 작사작곡

 

 

그댄 이 어둠이 나에게 얼마나 벅찬지 아나요


웃기만 하고 그냥 말은 안 해도
그럴수록 더욱 슬퍼져

어젠 그대에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그댄 그런 날 알고 있었기에 멀리하려 했나요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그렇게 웃으며 다가온
그댄 정말 내게 필요한가요

그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대를 느낄 수 없어요
아 이런 내게 미움만 쌓여가나 봐

그대 한마디 말이라도 내겐 오해를 만들지요
뒤늦게 와서 많은 후횔 해봐도
그대 그림잔 여전히...

나는 그대에게 아무런 바램도 기대도 없어요
꿈속에서 나랑 헤매이듯 안타깝기만 하죠



 

4) 사랑의 표현에 엄청 적극적이었다는 것, 세상에 너같이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단 말은 기본

 

5)이제 좀 좋아해볼까 이제 좀 좋아진다,어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헤어지잔 말을 들은 것 .

 

6)사랑의 기간이 1년 반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랑의 경우도 유효 기간이 2년을 넘기기 어려운 걸까..

 

7)실연의 과정을 극복하는 데 가장 많은 도움 중의 하나가 음악이라는 거

후배와 나 둘 다 그 각자의 남자친구가 불러주었던 노래와 그리고 같이 즐겨듣던 노래,그 다음에 대중가요 중에 이별을 노래한 곡들을 들었다.

나는 특히나 나는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너무나 내가 좋아하는 랜디 로즈의 구슬픈 기타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들을 들었다.

 

Good bye to romance

우리에게 명발라드로 손꼽히는 오지 오스본의 굿바이 투 로맨스..

굿바이.... 나의 20대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숨죽여 울어야했던 ,소리내여 울지도 못하던..나의 지난 날..

 

 

---나는 그동안 왕이었어요. 나는 광대였지요. 이제 부러진 날개들은 나를 그 자리에 있게 하질 않네요. 나는 다시 자유인이 되었지요. 이번에는 사랑 주변을 헛되이 맴돌게 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모든 과거와 작별이라고 당신에게 말하지요. 우리는 언젠가는 만날거라 믿어요. 결국엔 만날 거라고 겨울이 좋아 보이네요. 태양은 다시 빛날 거라고 여겨져요. 내 마음을 정리한 것처럼 여겨지네요. 모든 과거가 다시 뒤에 남겨지고 나는 사랑과는 작별이라고 말했어요. 친구들과도 작별이라고 모든 과거와도 작별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에요. 우리는 언젠가 만날 거라 여겨져요.--

 

근데 그 실연의 과정에서 실연을 극복하는 방법이 결정적으로는 달랐다

.

나 같은 경우는 나의 못남을 한탄하며 지난 사랑까지 모조리 부인하며 그야말로 우울한 나날을 보낸 반면 그 후배는 나의 따뜻한 위로에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었다.

 

 

 

하여튼간에 작년 가을서부터 나랑 후배는 같이 실연의 상처 속에서 허덕거렸다.

매일 전화하고 내게 의지하는 후배에게 글로 말로 나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있었다.

그 후배가 듣는다던 백 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과 이루의 흰눈을 들으며 나도 가슴아파하고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사랑의 단상 중에서—나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미지들(질투.버려짐.수치심)을 연신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자해하려 하며.천국으로부터 추방하려 한다…

 

그 당시 내 심정을 저토록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예전에 맘껏 슬퍼하지 못하고 처리 못했던 감정들이 다 치받고 올라오던 거였나보다.

나는 다시 몇 십년 전 그 때 그 절박한 심정으로 되돌아갔다.

 

 

난 그 당시에 강한 척 하느라 내 감정을 다 수용하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의 위로도 내 자존심으로 인해 받기를 거부했다.

내 상처들을 들쑤시느라 고통스러웠으나 지난 날 내 사랑과 화해한 기분이 든다.

정말 미워서 때려주고싶었던 지난 날의 내 남자 친구가 이젠 덜 밉다.

 

그 후배는 그 연하 남자랑 요즘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나를 매일 찾던 후배가 내게 연락을 아주 드문드문 해 온다.

혼자 힘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이리라.

 

나는 그 후배가 내게 기대오던 것이 없어짐으로 해서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다.

이게 바로 내가 그토록 경계하던 공의존이라는 거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

그렇다고 나는 나한테 의지하는 사람을 돌봐주고 하는 것에서 전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는 아닐 거라고 다독인다.

 

정말 힘들다고 도움을 청해오는 사람한테 어찌 혼자서 해결하라고 내버려둘 수 있을까..?

 

나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가슴 시린 사랑을 얼떨결에 해 본 기분이 들며

 

이번 일로 인해 나 자신의 상처를 직접 대면하면서 그 상처를 인정해주고 놓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 자신에게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남과 공감하고 남을 이해하는 그 과정 속에 내가 좀 더 유연해지지 않았나 싶다.

 

 

---영화 아비정전 중에서.---

 

세상에 발없는 새가 있다는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내려앉는데

그건 죽을 때지..

 

 

발없는 새처럼 늘 정처없이 날라다니기를 소망했던 락밴드에서 보컬을 했던 그 애..

아비정전에서 존재의 근원을 찾아 허무를 극복하려던 장국영의 방황과 겹쳐지던 그 애

내게 풀잎처럼 눕다의 은지와 비슷함을 느꼈다던 그 애

 

 

날렵한 턱선,노래 부를 때 유난히 편해보였던 그애,씨니컬한 웃음,휘청거릴 듯 가는 몸, 하얗고 긴 그 애 손가락

 

작년 가을 이후로 이 노랠 수백번도 더 들었다.

이젠 이 노래를 들어도 웃음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구원은 결국 내 자신에게 아니던가..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는 사랑의 단상 중에서 생각나는 말로 글을 마칠까 한다.

 

비록 모든 사랑이 유일한 것으로 체험되며 또 사랑하는 사람이 먼 훗날 다른 곳에서 사랑을 반복하리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할지라도. 그는 때로 마음속에서 사랑의 욕망이 확산되어 가는 것을 보며 놀란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이 사랑에서 저 사랑으로 죽을 때까지 방황하도록 선고 받았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