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1월 정모- 덕수궁 프로젝트 성곡 미술관 일주 선화 갤러리

페르소나 벗기 2012. 11. 11. 03:33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살아보고 싶은 순간들이있다.

그런 시간들은 때론 영화 속에서 책 속에서 음악 속에서 풍경 속에서 그렇게 나와 마주친다.

 

우리가 별처럼 빛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그 시린 겨울의 시간, 그 영화를 어제 티비에서 또 보곤, 밤새 잠을 뒤척였다.

 

 

 

불안하고 외로웠던   13살 소년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나오는 환상적인 장면, 너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는 소년

그 당시 13살 소녀에게 필요했던 건, 스치는 바람, 비 그리고 타인의 따뜻한 미소였다고 성인이 되어서 고백하는 소녀의 나레이션이 오랜 시간 머리 속을 맴돌았다.

 

 내게 말을 걸어주는 13살 소년 소녀의 마음들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고  그 심리적인 공감대로 인해  고독감이 덜어지는 듯 했다.

아직도 나는 ,타인의 기대로 불안하기도 하고 그 불안감을 털어놓지 못해 쓸쓸하고 ,두려움을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진한 동지애를 느낀다.

그런 성장통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지만, 어른이 되고난 후에도 성장통은 계속 된다.

 

 

1.일주 선화 갤러리 -김정욱 배준성 전

 들어가는 입구, 유리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갤러리의 내부가 너무 사랑스럽다. 밖에서 한참 안을 들여다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바깥 풍경을 응시하는 뒷모습의 사람들은 카유보트의 그림이 떠오르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가을처럼 쓸쓸한 뒷모습은 끌어안을 수 있는 매력일지 모른다.

배준성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영악함을 가지고 있다.

영악함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끌려가는 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베르메르에게 정신없이 끌려서 베르메르 그림이 있는 모든 곳을 다 가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베르메르 그림을 루블에서 봤던 때, 숨이 가빠졌던 그 때를 잊지 못한다.

 비엔나에서 이 화가의 아뜰리에 그림이 다른 곳에 전시되고 있다고 알았을 때, 베르메르를 향한 그리움은 한없이 증폭되었다.

헤이그에서 진주 귀걸이를 봤을 땐, 그 소녀의 눈망울에 끌려서 오랜동안 그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마음을 무한대로 흔든다.

 

베르메르를 향한 마음을 정확히 짚어냈다.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에게 빠져드는 것은.

 

이번 가을에 여행을 끝나고 와서 한동안 나는 모든 것이 재미없고 무료했다.

아무 것도 나를 움직이지 못했으며 , 시큰둥했다.

그런 나를 조심스레 일어서게 했던 그림 또한 배준성 작품이었다.

이 그림을 보고 난 내가 드디어 마음이 움직이는구나를 느꼈다.

빠리의 파시 거리의 발자크 뮤지엄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파시 거리에서 라 뮈에트La Muette 를 지나서 모네 그림이 가득한 마르모땅 미술관까지 가는 길은 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거리이다.

나와 그 가을 거리 풍경은 손을 잡고 있었다.

그 거리를 생각나게 하는 이 그림은 어질어질한 마음만을 놓고 달아나버렸다

 

 

 

 일주 선화 갤러리 이 유리 계단을 통해서 올라간다. 유리 계단이 너무 이뻐서 깡총 깡총 잘 걸어다녔는데, 이 계단이 무섭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 정말 이 계단 올라가는 게 약간의 현기증이 나기시작했다. ㅜㅜ 계단 올라가면서 유리창을 통해 보는 가을 풍경이 너무 눈부시다.

 

2. 성곡 미술관- 김범석 의 산전수전

 

 

 

 

 

 

 

 

 

 

요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2년간 거의 매일 출퇴근 시간에 찍었던 사진이 들어있는 핸드폰이 없어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3. 덕수궁-프로젝트

 중화전-시간

 현란한 미디어 영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서 활? 양의 기가막힌 나레이션까지 더해져서 도무지 지루한 틈을 두지 않는다.

저녁에 볼 때와 낮에 볼 때 그 느낌이 다르다.

혼자라는 것과 여럿이 본다는 그 느낌까지 더해졌을 것이다.

혼자 낮에 봤을 때 이 등사이로 애잔한 쥐똥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 거리는 것을 보았다.

밤에 우미갈이 이 공간을 점령했을 땐 어둠에다 왔다갔다 하는 아귀다툼 속에  그저 유쾌할 따름이었다.

낮에 햇밫까지 더해진 크리스탈의 모습과 어두움 속에 빛나는 크리스탈의 모습은 아름다움 뒤의 슬픔 슬픔  뒤의 겸허함이 떠오르고,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을 읽는 것만큼 나무나 꽃을 읽어가는 것이 재미있고, 그 재미를 나는 덕수궁을 통해서 알았으며, 덕수궁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제법 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유현문을 통해서 보는 소나무의 자태는 넋을 잃게한다.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얼핏 이 그림이 떠올랐다.

 

 

압생트 에드가 드가(1834—1917)-파리 오르세 미술관

드가의 많은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은 묘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그림이다.

압생트는 알코올 70프로 정도의 프랑스산 독주이다.녹색을 띤다고 한다.

수없이 많이 보아 온 여인의 표정이지만 유독 이여인의 체념한 듯한 눈빛이 쉽사리 잊혀지질 않는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어보이고 아무런 관심도 없다..

서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아무런 도움도 주고 싶지 않다..

단절된 현대인의 일상을 이처럼 훌륭하게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여인의 눈빛은 절망에 빠져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표정이기도 하고..

아니 그것이 좀 더 지나쳐서 사람에겐 희망을 걸 만한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런 표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작은 희망도,기댈 사람은 없노라고 체념한  사람에게도 실은 똑같은 형태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러나 자신의 외로움과 아픔만 심하다고 느낄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아픔에 대해선 한없이 무디기만한 현대인들 모두가 자초한 슬픔일런지도 모른다.

 

내가 다가가고 내가 먼저 베푸는 것은 손해라고 인식하며 살아가기에 서로 다른 아픔을 각자 간직한 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우리들은

 

 

 

몇 년전에 내가 쓴 글인데 알싸하게 공감이 간다.

 

 

 

 

타인의 영혼으로 들어간다는 건 어쩌면 타인의 쾌감보다는 아픔 감정으로 통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독한 사랑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공허는 ,단지 그 공허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그 혼란이  덜어질지 모른다.

 

그렇게 가을의 끝자락에 함께 했던 시간들, 이해받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거창하지 않아도,때론 아주 단순한 대화만으로도 왔다.

그래서 신비롭다 ,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