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정모
감나무꽃 위로 꽂히는 햇살이 기분 좋은 아침이다.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잠깐만 방심하면 놓치는 꽃들이 너무 많다.
모과꽃도 그러했고, 보리수꽃도 그러했고 말채나무꽃도 그러했다.
잠깐의 방심과 잡념은 그 귀한녀석들과 멀어지게 한다.
꼭 만나야 할 아름다운 녀석들,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보듬어주는 이 꽃들을 향한 진심은 곧 애정이리라.
꽃과 내가 만나는 그 순간, 서로 주고 받는 그 교감은 내 살아가는 에너지, 내가 타인을 향해 손내밀 수 있는 애정의 버팀목이다.
기분 좋은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햇빛과 바람을 맞는다.
요즘 매일 듣는 임현정의 베토벤 소나타를 계속 듣는다.
마음이 쿵쾅쿵쾅거린다.
특히나 템페스트는 마음이 화끈거린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의 베토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요동치는 마음을 임 현정은 완벽하게 이해한 거 같다.
임현정을 통해 그 마음을 , 내면의 온갖 응어리와 아픔들, 고뇌, 격정을 고스란히 나 또한 껴안는다.
가만히 앉아서 느끼는 감정의 풍요로움에 너무 감사하다.
오늘 정모는 내겐 더 남다르다.
운영진이 되고나서 1년째 되는 정모이기 때문이다.
꼭 1년전 운영진이 되고 나서 처음 나갔던 장소도 덕수궁이었다.
회사 근처인지라 나는 덕수궁에 자주 산책을 나간다.
하나 하나 내 눈에 밣히는 장소이고 나무 한그루 , 바람 한자락 가슴 저미게 바라보는 장소이다.
그런 장소에서 시작을 한다는게 너무 기분 좋았다.
꼭 1년만에 다시 이 장소다.
앵두나무 열매다.
앵두나무 필 때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봤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의 집엔 앵두나무 가득했다.
친구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피식 웃는다.
앵두나무집 소녀, 눈이 너무 예뻤던 친구.
살구나무다
덕수궁에 살구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이 녀석이 제일 잘 자란다.
햇빛이 많은 자리라서 그런가
꽃이 피는 모습, 겨울에 황량한 모습, 잎이 피는 모습들 일일이 지켜보아서인지, 살구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작년 정모에도 함께 하였던 접시꽃
올해도 어김없이 환하다.
잎이 넓고 꽃이 커서인지 나의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너그럽고 소박한 매력을 주는 꽃이다.
도종환 시인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꽃이다.
이 전시는 좋아서 몇 번을 보았다.
입장료도 부담없고, 회사 근처니 자꾸 들락거리게 된다.
내가 너무도좋아하는 이인성의 그림, 그리고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싶어서이다.
몇년전에 리움에 갔다가 이인성의 실내 그림을 보고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화가인 마티스의 느낌을 닮은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요동쳤던 건 나의 마음뿐아니라 , 분명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리라
구본웅이 그린 이상읨 모습에 반해서, 몇 년전에 덕숭을 내내 들락거렸던 때가 있었다.
모던 보이 이상의 조울증은 내겐 맘 아픈 친근함이다.
모던한 도시를 찾으려던 그의 강박증
경성에서도 동경에서도 성천에서도, 어디에서도 온전히 발 내릴 수 없었던 그 허전함 속에
그 자유로움과 멋있음, 아름다움에 동경은 그를 끊임없이 자극했을테고, 그것이 그의 열정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그의 아픔이었을테지
도시가 더 이상 다채롭지 않고, 더 이상 변화하지 않은 권태의 상태로 있다면 , 그때는 어디든 미련없이 떠나야할지 모른다. 이상처럼
떠난다고 다시 새로워지지 않는다 해도
정모날엔 전시를 거의 보지 못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 사람들을 쳥겨줘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며, 나의 산만한 경향까지 맞물리기 때문이다.
미리 다 전시를 보았다는 느긋함도 한몫한다.
전시 제목이 맘에 든다.
고백
누군가의 은밀한 고백은 그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이야기 한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고, 나도 더 마음을 열어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360도 회전 공주치마가 내게 오기까지 1년도 넘게 걸렸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고가의 가격? 에 첫눈에 완전 반했던 치마를 울면서 돌아서야 했다.
인연이 아니었고, 내겐 덜 어울리고, 등등 내 나름으로 나를 위로했지만,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이 녀석을 손에 쥔 날 세상을 손에 쥔 거처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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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소마에서도 이 광고를 봤었는데, 이 분이 누구인지 아세요? ㅋㅋ
씨네 21에서 봤나? 채령이라는 분인데,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랍니다. ㅋ
올해 가장 내가 행복하게 구입한 건 360도 치마와 이 그림이다.
베르메르의 소녀의 옆모습을 닮은 그녀의 화려함과 애잔함에 끌려서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다. 그 병은 내가 이 그림을 소유함으로써 깨끗하게 치유되었다.
무언가를 구입하는 행위는 , 나를 더 치열하게 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것들이 내게 준 만족감, 그것들로 인해 풍요로워지고 새롭게 만나는 나자신의 모습들은 나의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미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는 늘 더 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다.
기본적으로 나의 생각을 알 수 없는 타자란 존재는 매혹적인 동시에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타자에게서 받았던 사랑과 안도감 ,거부와 배신들 속에서 타자와의 적정한 거리를 늘 생각해본다.
타자와 한층 더 가까워지기 위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내게 동일시를 느끼며, 내가 아플까봐 무균실의 상태에 있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 마음은 고맙게 받겠지만,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소망대로 누군가를 제한하려한다면, 힘들겠지만, 다시 적정선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를 위해.
좁혀지지 않는 일정한 간격은 때론 올화통으로, 숨쉴 수 없이 너무 친밀한 융합관계는 나를 잃어버릴까 내가 삼켜질까 두렵다
지나침이 없는 그 균형의 상태란, 타인에게 마음을 열되, 나자신의 느낌을 잃지 않는 상태, 타인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상태, 남에게 적당히 베풀면서도, 적당히 요구할 수 있는 상태
이러한 서로의 미묘한 균형 상태는 어쩌면 내 안에 균형이 잡혀있을 때 가능한 것일런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늘 매순간 순간 또 다른 선택을 하며, 내가 신중하게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택에 대해 충실하게 살아간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들, 내 선택이기에 참아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내가 어떠한 행동에 뛰어들어서 내가 곁에 둔 사람이고, 그 공간이기에 온전한 책임으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