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6월정모

페르소나 벗기 2012. 6. 11. 21:55

감나무꽃 위로 꽂히는 햇살이 기분 좋은 아침이다.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잠깐만 방심하면 놓치는 꽃들이 너무 많다.

모과꽃도 그러했고, 보리수꽃도 그러했고 말채나무꽃도 그러했다.

잠깐의 방심과  잡념은 그 귀한녀석들과 멀어지게 한다.

꼭 만나야 할 아름다운 녀석들,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보듬어주는 이 꽃들을 향한 진심은 곧 애정이리라.

꽃과 내가 만나는 그 순간, 서로 주고 받는 그 교감은 내 살아가는 에너지, 내가 타인을 향해 손내밀 수 있는 애정의 버팀목이다.

 

기분 좋은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햇빛과 바람을 맞는다.

요즘 매일 듣는 임현정의 베토벤 소나타를 계속  듣는다.

마음이 쿵쾅쿵쾅거린다.

특히나 템페스트는 마음이 화끈거린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의 베토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요동치는 마음을 임 현정은  완벽하게 이해한 거 같다.

임현정을 통해 그 마음을 , 내면의 온갖  응어리와 아픔들, 고뇌, 격정을 고스란히 나 또한 껴안는다.

가만히 앉아서 느끼는 감정의 풍요로움에  너무 감사하다.

 

 

 

 

 

 

오늘 정모는 내겐 더 남다르다.

운영진이 되고나서 1년째 되는 정모이기  때문이다.

꼭 1년전 운영진이 되고 나서 처음 나갔던 장소도 덕수궁이었다.

 

회사 근처인지라 나는  덕수궁에 자주 산책을 나간다.

 하나 하나 내 눈에 밣히는 장소이고 나무 한그루 , 바람 한자락 가슴 저미게 바라보는 장소이다.

그런 장소에서 시작을 한다는게 너무 기분 좋았다.

꼭 1년만에 다시 이 장소다.

 

앵두나무 열매다.

앵두나무 필 때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봤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의 집엔 앵두나무 가득했다.

친구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피식 웃는다.

앵두나무집 소녀, 눈이 너무 예뻤던 친구.

 

살구나무다

덕수궁에 살구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이 녀석이 제일 잘 자란다.

햇빛이 많은 자리라서 그런가

꽃이 피는 모습, 겨울에 황량한 모습, 잎이 피는 모습들 일일이 지켜보아서인지, 살구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작년 정모에도 함께 하였던 접시꽃

올해도 어김없이 환하다.

잎이 넓고 꽃이 커서인지  나의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너그럽고 소박한 매력을 주는 꽃이다.

도종환 시인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꽃이다.

 

이 전시는 좋아서 몇 번을 보았다.

입장료도 부담없고, 회사 근처니 자꾸 들락거리게 된다.

내가 너무도좋아하는 이인성의 그림, 그리고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싶어서이다.

 

몇년전에 리움에 갔다가 이인성의 실내 그림을 보고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화가인 마티스의 느낌을 닮은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요동쳤던 건 나의 마음뿐아니라 , 분명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리라

 

구본웅이 그린 이상읨 모습에 반해서, 몇 년전에 덕숭을 내내 들락거렸던 때가 있었다.

모던 보이 이상의 조울증은 내겐 맘 아픈 친근함이다.

 

모던한 도시를 찾으려던 그의 강박증

경성에서도 동경에서도 성천에서도, 어디에서도 온전히 발 내릴 수 없었던  그  허전함 속에

그 자유로움과 멋있음, 아름다움에 동경은 그를 끊임없이 자극했을테고, 그것이 그의 열정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그의 아픔이었을테지

 

도시가 더 이상 다채롭지 않고, 더 이상 변화하지 않은 권태의 상태로 있다면 , 그때는 어디든 미련없이 떠나야할지 모른다. 이상처럼

떠난다고 다시 새로워지지 않는다 해도

 

 

정모날엔 전시를 거의 보지 못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 사람들을 쳥겨줘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며, 나의 산만한 경향까지 맞물리기 때문이다.

미리 다 전시를 보았다는 느긋함도 한몫한다.

 

 

전시 제목이 맘에 든다.

고백

 

누군가의 은밀한 고백은 그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이야기 한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고, 나도 더 마음을 열어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360도 회전 공주치마가 내게 오기까지 1년도 넘게 걸렸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고가의 가격? 에 첫눈에 완전 반했던 치마를 울면서 돌아서야 했다.

인연이 아니었고, 내겐 덜 어울리고, 등등 내 나름으로 나를 위로했지만,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이 녀석을 손에 쥔 날 세상을 손에 쥔 거처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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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소마에서도 이 광고를 봤었는데, 이 분이 누구인지 아세요? ㅋㅋ

씨네 21에서 봤나? 채령이라는 분인데,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랍니다. ㅋ

 

올해 가장 내가 행복하게 구입한 건 360도 치마와 이  그림이다.

 

베르메르의 소녀의 옆모습을 닮은 그녀의 화려함과 애잔함에 끌려서 한동안 시름시름 앓았다. 그 병은 내가  이 그림을 소유함으로써 깨끗하게 치유되었다.

 

 

무언가를 구입하는 행위는 , 나를 더 치열하게 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것들이 내게 준 만족감, 그것들로 인해 풍요로워지고 새롭게 만나는 나자신의 모습들은 나의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미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는 늘  더 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다.

 

기본적으로 나의 생각을 알 수 없는 타자란 존재는 매혹적인 동시에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타자에게서 받았던  사랑과 안도감 ,거부와 배신들 속에서 타자와의 적정한 거리를 늘 생각해본다.

 

타자와 한층 더 가까워지기 위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내게 동일시를 느끼며, 내가 아플까봐 무균실의 상태에 있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 마음은 고맙게 받겠지만,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소망대로 누군가를 제한하려한다면, 힘들겠지만, 다시 적정선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를 위해.

 

좁혀지지 않는 일정한 간격은 때론 올화통으로, 숨쉴 수 없이 너무 친밀한 융합관계는 나를 잃어버릴까 내가 삼켜질까 두렵다

 

지나침이 없는 그 균형의 상태란, 타인에게 마음을 열되, 나자신의 느낌을 잃지 않는 상태, 타인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상태, 남에게 적당히 베풀면서도,  적당히 요구할 수 있는 상태

이러한 서로의 미묘한 균형 상태는 어쩌면 내 안에  균형이 잡혀있을 때 가능한 것일런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늘 매순간 순간 또 다른 선택을 하며, 내가 신중하게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택에 대해 충실하게 살아간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들, 내 선택이기에 참아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내가 어떠한 행동에 뛰어들어서 내가 곁에 둔 사람이고, 그 공간이기에 온전한 책임으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