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모
운영진이 되고나서 첫정모
설레임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기존의 운영진에 누가 될까 옷차림까지도 신경 쓰인다.
내 눈에 이뻐보이는 옷만 편하게 입고 다녔는데, 타인의 느낌과 타협한다.
친구들에게내 옷입은 모습의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 최종 당첨된 옷을 거부하고, 최대한 절제된 옷을 다시 선택했다.
첫 출근 하던 날 엄마가 골라준 무거운 옷을 입고 가던 기분
뭔가 아쉬운듯도 했지만, 그렇게 해야만 맘이 편할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항상 제일 말이 많았던 건 옷차림이었으니까
옷차림 하나로 세상과 싸운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나이라는 굴레, 직업이 주는 압박감, 세상의무수한 편견들과 부딪치기
뿌리깊은 소외와 단절, 그 속에서 헤아릴 수 없던 서로의 마음들과 화해하는 작업은 짜릿한 나름의 묘미만큼 아프기도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날은 기꺼운 마음으로 나의 간절한 마음을 한발짝 내려놓을 수 있는 아량이 폴폴 솟아났다.
이른 아침 한강을 산책했다.
살구나무-봄 내내 예쁜 분홍살구나무꽃이 나를 한참 흔들어 놓더니, 어느새 이렇게 예쁜 열매를 맺었다. 너무 탐스럽다 이제는 시간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시시때때로 안색을 바꾸어가는 너의 얼굴. 변화하는 너의 마음을 이제는 끌어안는다. 그렇게 변화하느라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장미만큼 내게도 좋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장미는 자신의 존재를 따져묻지 않는다.
17세기 독일 종교 시인 안겔루스 질레지우스는 방랑의 시인에서 이런 글을 썼다.
(장미에겐 이유가 없다네.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꽃을 피울 뿐이지. 자기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고, 누가 자기를 봐주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네)
존재란 어차피 이치를 따져묻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미 너처럼.
존재 이유는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집 정원이 참 넓었습니다. 그곳에 봄이면 장미로 가득했고, 감나무와 매실나무 ,배나무가 피어있던 곳.
매년 장미 앞에서 활짝 웃으며서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그렇게 정원 넓은 곳에서 꽃보며 나무보며 잔디보며 그렇게 컸는데 지금은 답답한 아파트에서, 그냥 이렇게 사는 건가보다 하다가도, 이 꽃들을 보면 내가 살 곳은 여기가 아닌데..그런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렇게 잠시 구경하는 것이 아닌 , 어우러지는 삶.
그런데 그걸 내가 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현대 백화점과 한강을 지독히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해당화 한 송이가 동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그 노래를 제가 참 잘 불렀거든요.
보리수 나무 ,요사이 왜이렇게 보리수 나무가 좋아지고 있을까. 석가모니처럼 득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거다. 보리수 나무 아래 서면..
보리수 나무 ,요사이 왜이렇게 보리수 나무가 좋아지고 있을까. 석가모니처럼 득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거다. 보리수 나무 아래 서면..
보리수 나뭇잎 뒷 모습이 더 예쁜 거 아시나요? 광택이 나구요. 질겨서 찢어지지도 않아요. 얼마나 보들보들한지 그 야들야들한 부드러운 감촉
너무나 예쁜 산딸나무
..
엉겅퀴 ,뻐국채 녀석이랑 잠시 헷갈릴 뻔 했으나, 요녀셕은 훨씬 더 앙칼지게 생겼다.
초롱꽃 , 너의 그 새초롬한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다.
이런 꽃들을 보노라면 아름다움은 내 인생과 많이 닮아있음을 안다.
최고로 아름다웠던 절정의 순간, 인생의 진수, 아름다운 순간에 깃들여있던 죽음의 씨앗, 아름다움과의 이별 , 삶과의 이별 ,아름다움의 덧없음,
내가 좋아하는 나무는 요 애기 느티나무에요
정모 모임 시간보다 최소한 10분 전에 도착하려고 부지런히 달려가서 너무 더워서 던킨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기다리다가 정모 시간 2분전쯤 도착했다.
부지런한 보보님 출석 체크하느라 정신없다.
출석인원 스무명이 맞춰지자 초보님과 보보님이돈을 걷어서, 만슈야님이 입장권을 사온다.
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인데, 자세히 보니, 보이지 않게 계속 움직인다.
만슈아님이 표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 봤더니 엄청 길다.
다른 사람들 신나게 삼삼오오 웃고 떠드는데 혼자 고독하게 줄 서고 있네.
벚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우미갈 친구들 , 누군가의 뒷모습은 따뜻하고 시리다. 같은 인간임을 느끼곤 한다
자자주 점심 시간맏 산책하는 덕수궁, 한동안 좋아했던 때죽나무꽃이 다 졌다. 앙증맞은 작고 귀여운 하얀색꽃과 향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수양벚나무를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봄내내 벚꽃이 얼마나 화사했는지 모른다. 까다로운 요녀석 볼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안된다. 덕수궁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기서 쳐다보는 파란 하늘을 너무도 사랑한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눈물나면 하늘 봤냐고 다그치고 싶다. ㅋㅋ
여긴 덕수궁 공간 중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곳- 대나무 평상 위에 앉아서 음악 듣고 책 읽다가 간다. 가을 햇빛이 가장 좋다.
덕수궁의 접시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접시꽃처럼 품이 넓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중국 원산으로 전국에서 심어 기르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 원예 식물이다.
줄기는 곧추서며,가지가 갈라지지 않고,높이 100-200cm털이 많다.
잎은 어긋나며,5-7갈래로 갈라져 손바닥 모양이고 밑이 심장현,가장 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6-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2개씩 피며,흐니색,붉은색,노란색등 다양하고,지름5-10cm점액 성분이 있다.
--여름에 피는 우리꽃 386 중에서..~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아파트 앞 화단에도 접시꽃이 피어있다..
사랑스럽게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이 꽃이 접시꽃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놀라움이란....
접시꽃은 도 종환 시인으로 인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꽃이다..
도 종환 시인의 시에는 꽃이 자주 등장한다..
패랭이 꽃,접시꽃..
사랑하는 부인의 죽음을 노래한 도 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은 우리 젊은 날 그야말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시인이다..
서 정윤 시인과 더불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에서 시인은 죽은 부인을 접시꽃처럼 묘사했다
처음에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높음과 영육까지도
이제는 스스럼 없이 버리고..
(접시꽃 당신 중에서~)
나는 시인 부인의 얼굴은 보지못했지만 접시꽃이라고 묘사한 걸로 보아서 어떠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참으로 따스했고 겸손했으며 항상 감사하며 환한 웃음을 머금도 살던 분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진않아도 마음이 넉넉해서 평화로왔을 거란 생각도 든다..
내게 도종환 시인은 좋아하면 나의 격이 떨어질 것만 같은 .. 너무나 흔해서 잡지 같기도 하고 지극히 통속적인...
그런 느낌을 주는 시인이었다.
젊은 시절에 시인이 가졌을 그런 애틋한 사랑이 들어올리도 없고 오히려 구질구질한 미련 따위가 참 힘겨워보였다..
도종환 시인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건올해 봄이었다..
어릴 때 내 꿈이라는 시를 통해서다..
시인이 가진 감수성과 부드러운 여린 마음이 혹시나 가식은 아닐런지 지나친 자신의 감정의 넘침은 아닐런지 ..했던 나의 의심을 싹 가시게 한 한 편의 시..
어릴 때 내 꿈은..
어릴 때 내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여주며
창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아직도 내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에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언 살을 싸안은 옷 한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이런 마음을 가진 시인이라면 ..
그토록 절절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사랑이 넘치는 포장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접시꽃은 어떻게 생각할까...
.
사랑의 진실함과 영원함에 대해서
소박함이 주는 잔잔한 일상의 행복에 대해서..~
(2007년도 접시꽃 피었을 때 쓴 글입니다)
톰웨셀만
90년대 초반 미국에 갔을 때 여러가지로 많이 놀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놀랬던 거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렵던 곡들이 매장 한가득이었다는 거, 두꺼운 도록들이 그토록이나 쌌다는 거, 정신없이 구입했던 도록들 가둔데팝 아트라는 게 있었다. 그때 톰웨셀만을 처음 알게 되었다. 대담한 포즈의 나른한 여린들이 눈길을 잡았다. 색채의 다양함과 일명 목욕탕 시리즈들은많이 좋아했던 베나르를 연상시켰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이 작가의 그림은 실제로는 처음 봤다.
도록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면 눈도 떨리고 살도 떨린다.
마리솔
나랑 가장 인연이 닿지 않는 작가중의 한명이다. 시카고 여행을 계획했을 때 나는 호퍼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계속 몇달을 들뜬 상태로 보냈다.
시카고 가자마자 달려갔던 그 미술관에서 밀워키로 대여되었다고 했을 때 밀워키로 달려가고 싶었다.
꽤 오래 머물렀는데, 내가 한국 돌아오던 날 다시 시카고로 돌아왔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호퍼 그림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
이 그림은 아니지만, 어제 처음 실제로 호퍼 그림을 처음 봤다.
도록에서 볼 수 없었던 깊이가 그대로 느껴진다.
아름다운 그림엔 항상 마음이 흔들린다.
호퍼 그림은 고독한 인간의 심연을 더 들여다 보게 만든다.
호퍼가 지녔을 슬픔이나 고독, 그 오랜 시간 지나서 나를 방문해서 잔잔하게 나를 헤집어 놓는다.
호퍼의 영혼이 나를 방문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열어놓고 작가에게 마음을 열어놓는 그 순간,묘하게 흥분된다.
덕수궁 정길선 가야금 연주
한때는 우미갈이라는 그 거대한 돌부리에 걸려 자꾸 넘어지는 내가 싫어서 , 굴을 파고 그 속으로 혼자 들어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어제 모인 사람들 중에 나말고도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놀라웠다. 나만이 아니구나.
혼자서 견뎌야하는 그 뻘쭘함이 싫었던 적도 많았고 , 아무도 손내밀어주지 않는 그 무심함과 쌀쌀맞음에 넌더리가 나기도 했고, 내 본심과 전혀 다르게 왜곡되어지고해석되어지는 그 날라다니는 말들도 힘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오만과 결별한 날
나를 누구에겐가 한치의 오차없이 이해시킬 수 있다는 환상과 이별한 날
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다 그저 나와같은 사람들임을 뼈속깊이 받아들인 날
세상이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저번주에 홍콩 출장에서 내내 장국영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마음이 좀 묵직해졌다.
올 봄내내 장국영의 아비정전에취해있으면서, 그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공간, 그가 마직막으로 세상과 결별했던 그 공간을 방문했을 땐 마음이 너무 저려왔다.
장국영의 그 우울과, 그를 닮은 톰요크의 무심한 음을한 음색에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몸도 마음도 진이 빠질 때, 톰요크의 이 노래를 계속 되풀이 해서 들었다.
내가 무가치 하다고, 존재감에 의문이 들 때마다 듣는 곡이다. 이 곡은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을 제법 잘 다독여주는 노래다.
평생 가장 그리던 사람, 아버지를 너무도 보고 싶었을 그 마음이 그의 음색에 실려있다.
무거운 마음들이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스르르 잦아지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다행이다.
낯설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최대한 내가 겪었던 그 혼란을 없애자고 하는 건 자만이다.
그 혼란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어설프게 건네는 인사들에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낀다면 참 고맙겠다.
나는 ,조지프 켐벨처럼 외로우리라 생각했던 곳에서 세계와 만났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던 그 길 끝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만난 그 길에서 너를 만났다.
너없이는 내가 설명이 안된다.
너와 나의 유월같이 투명한 만남을 기대하며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만약 우리가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아름다울테지
혼자 치른 것도 아닌데.ㅋㅋ
집에 와서 혼자 조용히 자축했다.
잘 했다고
운영진이 되고 나서 바라보는 우미갈은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니, 김용택 시인이 되어버렸다. ㅋㅋ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