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 지던 날 떠나가는 후배를 위하여
봄은 사과꽃의 입김보다 짧고 여름은 너무 아름다워 지체할 수 없고, 가을은 낙엽의 화톳불처럼 빠르고, 죽음의 잠처럼 즐겁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그 가을은 너무 서럽게 짧았다.
매일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설레임으로 삽니다
가을처럼 일요일 아침처럼 어딘가 비어 있는 마음으로 요즘은 하루를 보냅니다
빈의자 하나를 가슴에 품고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앉아 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까닭없이 마음이 비어갑니다
투명해진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여덟살 소녀의 마음을 헤집어 놓은 이 문장이 몇 십년 동안 가을이 되면 똑같은분량의 무게와 감성으로 파고든다.
가을은그렇게 투명해지고 기대하게 하고 서러워지는 계절이다.
가을의 입구에서 배롱나무꽃을 만났다.
어릴때 순수하던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과꽃과 사루비아꽃지던 날 나의 가을은 떠나가고 있었다.
살구나무꽃이 햇빛을 받으며 흔들리던 그 가녀림에 눈길이 자꾸 머문다.
과꽃, 사루비아꽃, 맨드라미 한창 화사할 때 그들을 보며 속삭였던 대화들, 그날의 온기
어느 날 문득 눈들어보니 그꽃들이 이렇게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같이시름시름 앓는다
과꽃 지던 날, 나의 가을은 지나갔다.
안녕,가을아
잘가렴
가을날 바람부는 거리를 헤메던 사람들은 ,
사람이 주는 온기가 그립다고 선뜻말하지 못한다..
늘 자신의 감정에 자신없음과 그 속절없음, 영원성에 대한 회의와 자책감이 더 클지도 모르니까.
살다보면 정을 많이 들이고 더 사랑했던 사람들은 때때로 나의 뒷통수를 치고
그만큼 사랑했기에 바라는 것 또한 많고 내 식으로 길들이고 싶은 관계여서였겠지.
때로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 의외로 술술 풀려서 힘들 주기도 하는 관계들이 있다.
기대치가 없다는 게 오히려 더 편하고, 영원성에 닿는다.
선배님들의 아이같이 환한 미소에 덩달아 미소짓게 된다.
살면서 저렇게 해맑게 웃는 적 별로 없는 것 같다
꼭 붙잡아 두고 싶은 사람들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간다.
ㅋㅋ
어디에 있든 , 보이지 않아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관계들,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그런 관계로 거듭날거야.
많이 섭섭해서 눈물날 것 같은데 떠나는 사람은 너무 좋단다.
그럼 나도 좋아해야지
본인이 행복해하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게 좋은 관계다.
나의 욕심으로 곁에 두려하는,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상대의 발목을 잡는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가 어리석다는 걸 이젠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근데 이렇게 말하고 가끔은 그리울지 모르겠다.
원래 떠나는 자는 유목민처럼 가벼운 법이고,남겨지는 자가 고독한 법이다. ㅋㅋ
어디에 있든 많이 행복했음 좋겠다.
행복할거야.
미녀 삼총사 ㅋㅋ 각기 다른 느낌으로 저마다 다들 이쁘네요.
세심한 상준이가 떠나가는 선욱을 위해 손수 케익을 사가지고 왔다.
중차대한 발표를 하면서 수줍어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선욱이
이젠 가족같이 편해져버렸네요. ㅋㅋ 때론 덤덤하기도 하고, 때론 위안이 되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 힘이나기도 하고, 그냥 내편이 되어줄 것 같은 그런 느낌
이 안에서 새롭게 발견되어지는 나의 모습, 그리고 너의 모습, 우리의 모습들, 다 각기 다른 자신만의 느낌들이 어우러지면서 뿜어내는 화음들, 너는 너고 나는 나지만 그럼에도 이어지는 끈, 그 온기 아름답다. 가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