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당신도 나만큼 사랑하나요?
하나. 비오는 날 밤바다 이야기
바다에 대한 갈증.
항상 바다가 그립다고 생각한다.

매일 밤 강을 만나지만. 강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은 바다여만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
마음 속 깊이 사무쳤던 그리움을 토해내고 그 그리움과 만나는 순간, 반가운 마음 어찌 표현해야 하는지 그냥 싱겁게 웃는다. 그러다 눈물이 맺힐 것 같다.
내게 바다는 그리움이다.
내게 바다는 있는 그대로의 포용이다.
내게 바다는 가슴 속의 뜨거움이다.
미칠듯이 보고 싶었던 바다
사람에 대해서 쓸데없는 기대로 마음을 다쳤을 때나
사는 일이 갑자기 시시해고 지칠 때
다른 의욕이나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때..
복잡하고 온갖 욕망들로 어지러운 도시 속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나지만 , 그런 때만큼은 바다가 생각난다.
무한대로 지친 나를 그대로 포용하고 어루만져줄 것 같은 너른 바다..
바다가 내게 –문 경란
내 생애의 고독한
세 번째의 열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
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다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 중략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바다를 가던 날 비가 무섭게 내렸다.
빗방울 튕기는 소리, 세차게 들리는 바람 소리
비가 오면 늘 생각나는 그림이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빗방울 또로록 어디로 갈까. 카유보트 --
비 내리는 날의 애잔한 느낌을 이렇게 잘 표현한 그림이 있을까.
실제로 이 그림을 접했던 그 순간, 난 횡재한 아이라 생각했다.
시카고에 두고 온 마음밭의 대부분은 아마도 이 그림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뒷모습을 본 그때부터 난 이 작가의 우울과 자신감, 여유로움,센치한 세심함에 중독되었다.
비 오는 날 눈감으면 이 그림이 두둥실 떠다닌다.
무지개처럼 잡을 수 있으 것도 같고, 그러다 이카루스처럼 추락해버린다.
한편의 동화를 보는듯한, 엇갈리는 그 쓸쓸한 운명마저도 우아하게 체념할 줄 알 것 같은 노련함마저,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아니면 죽거나 까무라치기와 같은 뜨거운 열정도 빗물에 녹아버림을 많이 봐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날마다 목이 간질간질, 눈매가 촉촉해지는 그 서러운 느낌은 이 그림에서의 느낌이라 해둔다.
아니면 , 비오는 날 바다에서 느닷없이 생각났던 , 애간장 타들어가는 whiter shade of pale 때문이었을까.
이 노래의 난해하고 아픈 노래 분위기와 비 오는 날의 밤바다는 아주 잘 어울린다.
노래 한 곡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는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
회사일은 밀려있는데도,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이 노래가 생각나서 하루 종일 이 노래들으면서 일을 했다.
잠깐 라디오를 들었는데, 그 때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계속 되풀이해서 들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감전된 듯한 눈망물의 떨림.
이 노래도 고등학교 때 정말 미친듯이 쉴새없이 들었던 노래중의 하나이다.
두울--변시지--검은 바다 전시회
요즘 롯데 에비뉴엘 갤러리에서 변시지 작가의 전시회를 하거든요.
제주도를 주로 그리는 노화가인데, 제주도의 풍경, 특히나 바다풍경을 많이 그리더라구요.
그래서 제목도 검은바다 (dark sea) 인가봐요
제주도에 변시지 미술관 건립 예정이라, 아마도 서울에서는 마지막 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 더 발걸음이 향했나봐요
첨에 갔을 땐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는데, 갈수록 빠져들었어요.
바닷가 색깔이 고흐가 좋아한 노란색,,보다 더 진한 황토색이고 하늘도 그렇고. 바다와 하늘이 거의 구분이 안되는 모호함, 바다의 쓸쓸한 풍경, 뭔가를 기다리는듯한 말..그리고 나무 한그루.
시시각각 내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며, 내 감정을 느끼며 사는 내게,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하던 날의 마음을 저는 알아요.
비가 와서 더 외로운 느낌이 드는 날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때 , 손을 뻗어서 난 이곳으로 달려가고, 그런 나를 이 그림에 털어놓고, 마주하면,내가 안전한 곳에서 마음이 조금은 추스려지는듯했어요.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의 삶은 고해다라는 것이었어요.
스캇 펙이 말하고, 석가모니가 말했듯이 저에게도 이 말이 가장 위대한 진리인듯 싶어요.
고통스러운 세상,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 알려진 (길가메기 서사시)에서 이런 글이 나오더라구요.
길가메시여,그대가 찾는 것은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
신들이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인산의 숙명으로 안겨주고 영생의 삶을 거두었기 때문이요
그래가 살아 있는 시간을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오 그대의 손을 잡는 어린아이를 사랑하오 그대의 아내를 품에 안고 즐겁게 해주요
기껏해야 이런 것들만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오.
때론 쓸데없이 허망한 세상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사랑이란다.
그림 안에서 쓸쓸함, 허망함, 속절없음,공허감이 다가왔고 ,그럼에도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절망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순간에 어쩌면 함께 있어주면서, 조언을 하며, 내게 판단을 내려주는 사람보다는 , 그림처럼 그저 아무 말없이 지켜봐주고 바라봐주는 것을 원하는 게 어찌보면 이기적이라고하네요.
아무리 따뜻한 조언마저 때론 , 간섭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제게 어쩌면 그림 , 음악이 아주 많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말은 작가의 분신인듯하고. 그 쓸쓸하면서도 뭔가를 그리워하고 갈구하는듯한, 그러나 자연환경을 덤덤히 받아들이는듯한.
여러 번 게속 관람했더니 어느 날 그림이 제게 그렇게 말해주더라구요.
어느날 그림을 보고 울컥 했어요.
눈물이 핑그르르.. 나의 삶도 그러할 것이고, 노화가의 삶도 그러할 것이고.
전시회 마지막 날까지 나는 습관적으로 점심 시간이 되면 그 바다를 보러갔어요.
한동안 허탈도 할 것 같아요.
점심 시간이 되면 어디로 달려갈 것 인가
그림과 함께 하면서 , 그림에서 받았던 위안과 무엇인가가 나를 어루만지면서 힘을 북돋우고 있다는 그 느낌
그때 느꼈던 카타르시스,공감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이 마음에 감사를 하게 되네요.
때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발 길 닿는대로 가도 편안한 곳이 있다는 게 참 그리워질 것 같아요.
이 전시회가 끝나던 8월의 마지막 날, 나는 여름과 , 그리고 뜨겁게 만났던 이 그림과 헤어지고 돌아오던 날 , 핑그르 하던 그 서럽던 마음.
코 앞에 살랑대던 바람보다 내 마음을 더 가을로 향하게 만들던 노래
깊은 밤 한강 걸을 때 몇 번이나 흘러나와서 나를 놀래키던
내 마음을 짚어주던 노래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면서
장혜진의 키 작은 하늘이 듣고싶어지네요. 문득
무엇인가에 쏠리던 그 마음 나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세엣--귓가에 눈가에 촉감으로.. 가을 그리고 바다
가을 무렵이 되면 늘 떠오르는 글
보들레르처럼 저도 구름을 사랑했지요.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구름은 내게 와서 나의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음에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내가 보고 싶은 건 바로 너,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파란 하늘 흰구름이 너무나 고왔던 날
하루하루 복잡한 도시 안의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보내려 노력하고, 도시를 누비는 일명 도시녀에게
가끔씩 지치는 뭔가 모를 허기들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도시의 뒷골목에는 언제나 우울, 절망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는 보들레르식 현대성의 양면이 내게도 피해갈 수 없는지도
가장 내게 끊임없이 도시에서의 생활에 위로를 주는 사람은 내 사랑 벤야민이다.
벤야민에게 도시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유쾌한 곳이었다.
도시는 그에게 문학 창작의 에너지를 제공하였지만, 그는 도시 복합체가 지속적으로 만족을 주는 장소라고 확힌하지는 않았다.
도시에 관한 그의 저작들은 그에게 개인적 편안함의 일부분이었지만, 동시에 견디기 힘들었던 도시 환경과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미혹, 허식과 야만성을 바판적으로 폭로한다.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 폴리스 중에서)
도시는 베르콜트 브레히트 말대로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일지 모른다.
열정적인 공간인 도시내의 답답함에 저려, 낭만적인 자연에게 위로 받고 싶은 날
요즘 간간히 장콕토의 소라처럼 바다를 그리워하는 나를 바라봐야했다.
가보지도 못한 망통이 그립고, 장 콕토 미술관이 그립다.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를 그리워한다'
바다로 간다
마음 속으로 그려보던 보다, 바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저녁에 보던 바다와 , 이른 아침 일찍 보는 바다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바다의 파도치는 소리가 바로 눈앞으로 귀로 들어오는 카페를 찾아갔다.
눈 앞에서 넘실대는 바다의 우아한 동작들
나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때
너무나 많은 생각들 속에 허우적거려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일상의 무게들
때론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것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다시 또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긴 시간동안 쉼없이 바라봤던 그 바다는 내겐 천국처럼 낯설기도, 그러나 편안하기도 한 친구였다.
바다와 거의 맞붙어 있는듯한 카페를 보면서 여기가 헤밍웨이가 살았던 별장 핑카 바히아가 아닐까
무모할 정도로 숱한 모험을 즐겼던 헤밍웨이 그러나 죽은 것처럼 공허하고 무가치한 느낌에도 빠져들었다던 헤밍웨이에게 바다의 부재는 참을 수 없는 공포였으리라
어쩌면 바다를 향한 무한한 열정과 삶에 대한 열정이 그를 너무 힘들게 했을까
파도 소리가 늘 듣던 음악보다 더 치유의 느낌을 줄 수 있음을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소나무가 넘치는 기쁨을 내게 줄 수 있음을
출렁이는 바다에서 나자신의 실존을 생각한다..
남보다 나은 사람, 남보다 나은 자신을 입증하는 삶이 아닌, 자기자신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힌다.
구름은 구름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다 아름다웠다.
카페 주변의 산책로.
돌계단을 밟고서 올라가는 그 푸른 나무들의 함성을 기억한다.
소나무와 주목의 풍성함
돌톰 사이로 눈에 띄지도 않을 그 좁은 공간에 수줍게 피어난 보라색 닭의 장풀
닭의 장풀 피어난 그 좁은 공간들, 아파트 뒷편 버려진 공간에 보라색 꽃무더기들
남산 올라가는 그 구석진 곳에
덕수궁 돌틈 사이에
언제 어디서나 반갑다.
파도 소리 가까이 들으며, 시집을 보았다.
바다가 온전히 나의 마음 속으로 들어온 날
평생 바다를 너무 사랑했다던 레이첼 카슨도 생각했다.
썰물이 자아내는 냄새를 통해
자그마한 것까지 감지했다던 그녀
바닷가에 서노라면, 밀물과 썰물을 느끼고 있노라면,
바닷물이 드나드는 거대한 늪지에 짙게 드리워진 안개를 호흡하노라면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ㅇ나 대륙의 해안선을 따라 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해안 새들을 바라보노라면
노쇠한 뱀장어와 어린 오징어가 바다로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듯
자연은 거의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레이철 카슨 평전)
바다의 모든 것들이 내게로 걸어들어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 맘에 위로를 안겨주니, 나 당분간 바다를 보지 않아도,
내 안에 항상 바다향 가득하다.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바다는
네엣-- 바다가 생각나는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이 영화는 청각 장애를 가진 젊은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청각장애 소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기에 대사가 거의 나오지않고,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한 바다만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름바다는 얼마나 활기가 넘치고, 젊음의 싱그러움들로 북적대는가.
그러나 이 영화는 조용한 시골 바닷가이다.
청소 용역일을 하는 주인공 시게루가 우연히 버려진 서핑 보드를 주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서핑보드를 열심히 타고 있을 때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그의 애인,소녀
그녀는 조용히 앉아서 그가 서핑을 하는 것을 보면서,그가 벗고간 옷을 예쁘게 개어놓는다.
영화의 내용이 거의 서핑을 하고 있는 시게루
조용히 앉아서 시게루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소녀
이벤트들로 가득하고,원하는 선물을 사주어서 환심을 사는, 상대방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것 같은 것에 집중해서 한순간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정말로 이들의 사랑을 보노라면 눈물이 난다.
대화를 하지않음에도 눈빛으로 교환되는 그들만의 애틋한 정과,상대방에 대한 신뢰, 따뜻한 배려에 마음 속 깊이 젖어든다.
우리가 늘 꿈꾸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런 사랑의 내음이 느껴진다.
그녀의 살폿한 웃음, 묵묵히 남자를 따라가는,
상대에게 내가 기대할 무언가가 없으면, 야멸차게 돌아서던, 그 혹은 나,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어쩌면, 저런 사랑의 이상향을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인지,다행인지 내게 쏟아지던 애정도 나의 성취와 나의 위치, 미모가 한몫 했을 때 전폭적이었으니,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 금할 수 없었음은, 존재 자체로 귀한 대접을 받고 싶었음일까.
나 또한 몇 가지 속물적인 잣대로 사람을 보고있으면서,내겐 무조건적인, 나하나 자체로 제대로된 대접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사랑은 오히려 더 사랑 그 자체로 보이는 순수함.
상대의 위치가 변한다고 해서, 나의 자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변하거나 돌아서지 않을..
시게루는 서핑을 열심히 하여 대회에도 나가게 되고 상도 타고..
보통의 영화라면,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타고, 그에 따른 인간승리 같은 감동 휴머니즘에 천착하겠지만, 기타노 다케시는 그 틀을 버렸다.
바닷가에 옷을 벗어놓고 서핑을 하러간 시게루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게 끝이다.
영화 내내 조용한 정적만이 감돌지만, 깊은 여운을 더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히사이시조 음악이 한몫했다.
태왕사신기와 원령 공주의 음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히사이시조의 음악..
(개인적으로 원령공주의 음악 너무 좋아한다, 물론 영화도 넘 좋았다.)
이 영화에서도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더욱 더 서정성에 머무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매년 여름이면, 이 영화가 더 생각날 것 같다.
다섯--신청곡 --제임스 테일러--핸디맨
하늘이 무척 낮게 깔린 날.
흐린 하늘에 한바탕 비라도 퍼부으면 시원하련만, 생각하는 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 말고, 회사 창문을 통해서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눈여겨 보면 예쁜 꽃들로 넘쳐났던 꽃같았던 시절은 지나고, 요즘은 내 마음을 흔드는 꽃들이 많지 않다.
그동안 그 예쁜 꽃들이 지고 또 지고, 그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성복
1
아침마다 꽃들은 피어났어요.
밤새 옆구리가 결리거나
겨드랑이가 쑤시거나
밤새 아픈 것들은
뜬 눈으로 잠 한숨 못자고
아침엔 손을 뻗쳐
무심코 만져지는 것이
뭔가 아름다운 것인줄 몰랐지요.
2
저녁이면 꽃들이 누워있었어요
이마에 붉은 칠을 하고요
넘어져 다쳤는지 몰라요
어쩌면 더 먼 곳에서 다쳐
이곳까지 와서 쓰러졌는지도
엎드리면 꽃들의 울음 소리 들렸어요.
난 꽃들이 등물하는 줄만 알았어요.
봉선화 꽃, 도라지꽃 , 나리꽃 지면서 나도 시름시름 앓았다.
꽃만큼 나도 아팠다.
비 거세게 한번 오고 난 후 꽃들이 쓰러지고 난 그 빈 자리에서 힌참을 같이 울었다.
그날 밤 별들도 보이지 않는 겨울처럼 적막한 밤이었다.
서러운 이별이었지만, 다시 내년을 꿈꾼다.
요즘 나를 반겨주는 꽃은 배롱나무꽃이다.
아침 출근 길에 반겨주는 배롱나무꽃, 회사 앞에도, 시립 미술관 가는 길에, 덕수궁에, 어디에서나 눈을 들면 배롱나무꽃이 활짝 웃고 있다.
한번씩 내 눈길에 더 예뻐지고, 더 탐스러워지는 듯 하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 갔다가 배롱나무꽃을 보았다.
이 우환 선생님의 작품과 그 앞에 있는 배롱나무꽃
비가 내리던 오후
그 비에 혹시 그 예쁜 꽃들이 다칠세라 한동안 멍하니 서서 지켜봤는데, 다행히 내 눈앞에선 견뎌주었다.
강인함과 심지 굳어보이는 돌맹이와 , 가늘가늘한 화려함으로 한없이 흔들리면서, 아프지만, 그 속에서도 특유의 고운 순수한 자태만은 늘 품고 있을 꽃의 묘한 조화
앞뒤 콱 막힌 닫힌 국제 갤러기 공간에서 숨막혀 있는 돌멩이가 이렇게 탁 틔인 공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나 또한 숨쉬고 싶어진다.
국립현대 미술관은 갈 때마다 볼멘 소리를 해댔다.
도심에서 이렇게 먼 미술관 어쩌란 말이냐.
남들은 다 도심에 있는데 이게 뭐람.
미술관이 가진 아름다움을 눈여겨 볼 사이도 없이 불평만 가득했던 내게
그 미술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은 서헌의 (건축, 음악으로 듣고, 미술처럼 보다)에서였다.
서헌-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중에서~
너무 멀다
국립 현대 미술관이 개관했을 때는 이런 볼멘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 그렇다,
미술은 우리 인생의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내노라 하는 외국의 미술관들도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 있다.
.
..
미술관을 지을 위치를 잡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만큼 여기서 건축가가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끝없이 깊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밝게 빛나는 건물은 그 형태를 떠나 감동스러울 만큼 아름답다.
진입로의 끝에서 보는 현대미술관은 보석처럼 시리게 빛난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직접 가서 그 건물을 제대로 음미해본 사람이면 아무도 그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보고 다시 자세하게 바라 본 현대 미술관은 너무 아름다웠다.
옆에서 누가 말해주지않으면,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그냥 지나치고 마는 아름다움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감수성에 자극을 주는 , 그런 세심하고, 아름다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런 친구가 좋다.
밤이 되면 걷고 싶어지는 길이 있다.
내겐 한강의 밤길이 그렇고
성곡미술관 올라가는 골목길
덕수궁의 돌담길이 그렇다.
동경에서 온 친구와 함께 덕수궁의 돌담길을 걸었다.
밤에 덕수궁 돌담길을 처음 걸어보는 친구는 너무 좋아라했다.
은은한 달빛을 받아서 빛나는 내 얼굴, 친구 얼굴 모두 아름다웠다.
팔월의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깔깔대며 웃었던 우리들
먼 훗날 다시 이 공간, 이 자리를 기억하며 미소지을게다.
그때 우리 참 아름다웠다고.
평론가 김 현은 행복한 책읽기에서 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좋은 친구가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친구란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같이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매일 죽고 못살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곳에 사는 친구도 아니지만,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항상 그립고 그 존재가 마음 속에 있다.
사람들과 따뜻하게 얽히고 설켜서 네 것 내것 경계없이 살아가는 방식은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다.
함께 하는 친구지만, 상대를 간섭하고, 의존하게 하려는 친구보다는 ,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간격으로 원하는 자리에 서 있는 친구가 ,그것을 견디는 친구가 좋다.
놀라울 것 하나도 없는 사이란 말은 그 친구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와 사랑이 있기에 어떠한 행동을 해도 다 이해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다.
아무런 선입견이나 편견, 도덕적인 판단없이,친구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친구가 어떠한 길을 가도 나는 늘 언제나 친구가 길을 잃지 않도록, 관심과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는 항상 소중하다
왜냐하면, 또 하나의 다른 자아 (alter ego)이기 때문이다
친구 때문에 즐거워지는 삶
새로운 하늘이 더욱 예뻐지는 삶
언제나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도, 호들갑떨고, 감사하다 말하고, 좋아해주는 이런 친구들이 있는 한, 나는 참 잘 살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가 떠나간 빈 자리 마음은 조금 차갑다.
그러나 그 날의 사진 몇 장으로 마음을 달랜다.
비오는 날 달콤하고 부드러운 제임스 테일러의 목소리가 감미롭다.
부드러운 커피처럼 달콤하다.
이 노래 가사처럼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마음,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깊게 심취하고 관심보이고, 감동하며
그렇게 밀도 있게 만나고 싶다.
어릴 때는 전혀 들어오지 않던 가사가 이젠 가슴에 팍팍 박히면서 들어온다.
치유란, 누군가를 변화시키려하거나, 내게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 관심과 상대에 대한 무한한 존재 허용이 바탕이 된 , 관계를 통한 변화라고 믿고 싶다.
Handy man--james taylor
Hey girls gather round
Listen to what I’m putting down
Hey baby, I’m your handy man
I’m not the kind to use a pencil or rule
I’m handy with love and I’m no fool
I fix broken hearts
I know but I truly can
If your broken heart should need repair
Then I am the man to see
I whisper sweet things
You tell all your fiends
They’ll come running to me
Here is the main thing that I want to say
I’m busy twenty-four hours a day
I fix broken hearts
I know but I truly can
Come come come, yeah
They’ll come running to me
Here is the main thing that I want to say
I’m busy twenty-four hours a day
I fix broken hearts
Baby I"m your handy man
Come come come, yeah
That"s me
Come come come, yeah
I"m your handy man fiㅑixto what I’m putting down
Hey baby, I’m your I’m no fool
I fix broken hearts
I know but I truly 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