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배따라기

페르소나 벗기 2010. 4. 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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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1학년  봄날  그때 음악 다방에서 줄창 들었던 노래이다.

들을수록 마음 아파지고, 마음 한구석이 아려옴에도 이 노래가 왜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도 봄비가 좋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싱그러운듯 했으나  나를 채워주는 것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내내 살았다.

책 빌려서 책 읽고, 애들과 어울려 노는 거 보다 그렇게 나혼자의 세계에 빠져서.

 

책을 읽으면 뭔가 다른 세상이 내게 올까

구원의 대상이 나타나줄까

답답한 세상 어딘가에 다른 희망이 있을까.

 

밝은듯 심각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 오묘한 얼굴이 복학한 사람들에게만 어필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같이 심각해지기 싫어서 그것도 회피했다.

 

봄비 내렸던 사월의 학교 앞이 생각난다.

20년도 더 지난 그 때 그 학교 앞 풍경과 교정에서 들었던 노래.

 

바람 소리 좋아하는 사람이였으면..

비 소리 좋아하는 사람이였으면..

바람 속을 걸어가는 사람이였으면..

사랑 심어놓고 떠나가는 그 사람을 그렇게 그리워하며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땐 그랬다.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렸다.

점심 시간에 덕수궁으로 달려갔다.

우산 든 손이 너무 시리도록 추운 날이었다.

 

이 추운 봄비 내리는 날

그 갸냘픈 꽃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황매화는 자귀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꽃이 다 져버린 살구나무꽃은 혼자서 온몸으로 그 세찬 비를 맞고 있었다,

 

 

 

덕수궁의 비맞는 황매화

 

 

덕수궁의 비맞는 소나무

 

 

 

비를 맞고도 의연한 능금나구,꽃사과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칭찬해줄까.

 

그녀석들은 나처럼 징징대지 않는다.

돌보아주는 이 없어도 , 혼자 힘으로 우뚝 서있다.

 

 

첫사랑보다 더나를 설레게 하는,가슴 뛰게 하는 꽃들에게 받는 그 잔잔한 위로.

라일락의향기  때문이었을까.

꽃사과가 주는  홀딱 빠지게 만드는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

 

회사로 돌아오는 그 길에 행복한 온기와 ,마음 흔들어놓던 눈물 한줄기.

 

비처럼 젖어들던 나의 마음

마음이 어디로 가야할까 꽃들에게로,

 

 

올 봄처럼 이렇게 마음 벅차고, 여러 갈래로 요동치던 봄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