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

before the dawn--쥬다스 프리스트

페르소나 벗기 2010. 1. 7. 23:29

버지니아 울프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한게 서러워졌다.

서러움에 목이 메어왔다.

 

페미니즘 비평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버지니아 울프가 작가를 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보노라니,여자들의 일생이 갑자기 화가 났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도  때로 너무 족쇄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누구에겐가 길들여져야하는 것도 겁나고, , 순종적으로 ,의존적인 것을 미덕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반감.

 

내겐 순종에 대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싫다고 그렇게 싫다고 표현하는데도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화내고 분노하던 중학교 1학년 때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 눈에 꽤 눈에 띄던 예뻐해주고 싶은 당돌하고도 순수한 소녀였던 것 같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선생님 우리 훨씬 선배인 서정희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했다. 서정희 대타였을까. 물론 그에 훨씬 못미쳤겠지만, 그 당시 난 너무 하얗고, 키가 훌쩍 커서 쓰러질듯 가녀렸고, 눈만  쾡하게 크던 갈색 머리 소녀였다.)

새초롬하고 꽤나 조숙했던 열 네살의 소녀는 그 선생님의 끈끈한 눈빛이 몸서리치게 싫어서, 호되게 앓았다.

그 선생님이 그 소녀에게 늘 했던 말은 여자는 자고로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오죽하면 애들이 수업 끝나고 내게 와서 선생님께 한번 웃어봐. 웃으면 될 것 같아 라고 말했다.

절대로 웃을 수 없었고, 웃기 싫었다.

그냥 편하게 지낼까, 같이 한번 웃어주고, 저항의 길보단 그냥 순종의 편안함으로  가버릴까도 생각했다

부운 얼굴로 항상 수업을 들어야 했고, 선생님의 집요한  관심이? 너무 무서웠다

 타협을 하지 않은 댓가, 순종을 하지 않은 댓가는 너무 고달펐다.

 

그 당시는  선생님께 반항하는 나자신도 너무 싫었었는데, 왜 그 선생님을 그토록 싫어했는지, 또 싫어하는 티를 그리내야 했는지, 지금도 그 선생님의 눈빛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내 인생 첫번 째 시련이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아무에게도 말못할  죽고싶을 만큼 커다란 상처였다.

그래서 난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앞뒤 이해가 안가는 상황에서도 순종이란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해가 가고 납득이 가면 물론 상황에 따라서 순종적이 될 수도 있지만, 이해가 안가고 그럴 필요가 없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그 때 그 당시에 순종하지 않았던 것

 

순종하면 삶은 지극히 편안해진다. 그러나  그 삶은 내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사랑 받지는 못했지만, 그런 내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조금의 굽힘도 할 수 없어서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버지니아 울프를 읽으면서 내내 그 악몽의 선생님이 떠오르면서 힘들었다.

 

이제서는 ,이제서야

내  목소리 내며 나하고 싶은대로 아무 눈치도 보지 않으며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심정적으로 너무 나약하고, 기댈 누군가가 항상 필요하고 누군가가 보듬어주길 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만의 영역을 훼손받지 않았음, 나를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면서도 , 어쩔 땐 그렇게  내게 노력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손사래 치며 도망가기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요동치며 흔들리고,여러 감정들과 기억들,희망과 두려움이 들락날락 거린다.

 

 

날도 흐리고, 날도 춥고 맘도 춥고

 

제법 책을 많이 읽어서 이젠 좀 성숙해지고 ,이젠 좀 초연해지고,이젠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고,  기대도 현실적인 감각으로 맞출줄 알고,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사람들이란 다 그저그런 나와 비슷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은 줄 알았다.

 

의연해지고, 거리 띄우기도 잘 하고, 질투란 감정도 어느 정도 통제할 줄도 알고, 유치한 나의 마음도 당당하게  표현할 줄도 알고, 내 감정 그대로 표현하는 게 참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표현할 수 없는 맘을 바라보며 답답하기도 하고

나의 유치하고 어리석음에 화가 나기도 하고

붙잡을 수 없는 허망한 것에 매달리는 내가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의 간극 또한 나를 맥빠지게 한다.

 

늘 머릿 속에 있는, 내 자신이 상처 받지 않을 만큼 그렇게 살아가야지 하는 바램을 무색하게 하는 나의 순진함에 놀란다.

 

버지니아 울프를 읽으면서 또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야 말았다.

마구마구 소용돌이 쳐지면서, 내 마음이 그렇게 내동댕이 쳐졌다.

 나의 마음 속에 흐르는 생각들

 

탁 틔인 무엇을 바라보고 싶었다.

한강에 갔다.

겨울 밤의 강

흰눈이 많이  내린,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공간을 보면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사평역에 내린 온유한  순수한 눈인듯 싶다.

속세에 속물적인 근성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내게도 수도승같은 고행을 동경하는 마음,영혼의 독립성 같은  대조적인 마음으로도 괴로울  때가 있다.

 

 강은 , 나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준다.

아무 말없이

 

그래서 나의 한강이다.

 

 

 

마음이 아주 무거운 날에 갑자기 불현듯 이 노래가 생각났다.

 

청춘 한 복판에서 그야말로 지치지 않고 들었던 노래.

 

그때나 지금이나 노래에 대한 설레이면서 서러운 마음은 그대로인데.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에 다가 온 노래, 내 눈 앞에 펼쳐졌던 어둠 속의 하얗던 한강.

 

 

50

 Before the dawn / 새벽동이 트기 전에
I hear you whisper in your sleep / 당신이 잠결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어요
Don"t let the morning take him / 아침이 와서 그가 떠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Outside the birds begin to call / 밖에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해요
As if to summon up my leaving / 마치 내가 떠나라고 하는 것처럼
I"ve spent a life time / 저는 평생을 쏟았어요
since I found someone / 저가 어떤 사람을 만난 이후
since I found someone who would stay / 곁에 머무를 어떤 사람을 만난 이후
I"ve waited too long / 저는 너무나 오래 기다렸어요
And now you"re leaving / 그런데 지금 당신은 떠나려고 하는군요
Oh please don"t take it all away / 오, 제발 떠나지 말아줘요



I"ve spent a life time / 전 평생을 보냈어요
since I found someone / 제가 어떤 사람을 만난 이후
since I found someone who would stay / 제 곁에 머무를 어떤 사람을 만난 이후
I"ve waited too long / 저는 너무나 오래 기다렸어요
And now you"re leaving / 그런데 지금 당신은 떠나려고 하는군요
Oh please don"t take it all away / 오, 제발 떠나지 말아줘요



Before the dawn / 새벽동이 트기 전에
I hear you whisper in your sleep / 난 당신이 잠결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어요
Don"t let the morning take him / 아침이 와서 그가 떠나지 않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