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개인적으로 오페라 중에서 라트라비아타를 가장 좋아한다.
중학교 때 워낙 춘희를 감명 깊게 읽어서 내가 만나는 친구들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내가 주인공 춘희가 되어서 연기를 하노라면 아이들은 정신없이 쏙 빠져서 이야기를 듣곤 했다.
표정과 그 동작과 대사 전달력이 압권이었다.
공연도 여러번 봤었는데 가장 기억나는 곳은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봤던 라트라비아타이다.
보니까 그곳엔 오페라 구경 온 사람들이 드레스를 많이 입었었다.
사람들 옷입은 거 구경만으로 재미났었다.
무대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했고 노래도 시원하게 잘 불렀다
축배의 노래 장면에서는 가슴이 팍팍 뛰었다.
어느 계절에나 가슴 뛰게 볼 수 있는 라트라비아타
안나레트레브코의 주연으로 dvd로 도 봤는데 정말 멋졌다.
이에 비해 사랑의 서약은 가을에 정말 어울리는 오페라인 듯 싶다.
이번 공연은 배경을 어느 시대로 한정짓지 않고 우주 공간이라고 설정을 해서 시간적인 공간적인 제약을 없애고 관객들에게 상상하게끔 한 거 같다.
외모와 부 총명함등 소위 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아디나, 그 이면에 자존심 강하고 상처 받기 쉬운 내면을 가지고 있으며 겉으로는 사랑에 대해 냉소적인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주인공 네모리노 못지않게 가지고 있다.
"이제 아디나도 날 사랑하는게 분명해 . 저 눈물을 보면 알아. 아디나의 뛰는 가슴을 한 순간이라도 느껴볼 수 있다면,내 한숨을 그 숨결에 섞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죽어도 좋아. 더는 바랄게 없어"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그처럼 유명하게 만든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의 노랫말이다.
이 아리아는 약장수에게 속아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마신 주인공 네모리노가 마을 처녀들에게 둘러싸야 인기절정의 순간(묘약의 효과가 아니라 세상 떠난 삼촌이 남긴 거액의 유산 덕북)을 누린다음,아디나가 약장수에게서 네모리노의 진실을 바친 직후에 나온다 (아디나의 사랑을 얻으려고 묘약을 살 돈을 구하려고 입대지원서를 썼다는)을 듣고 격의 눈물을 바친 직후에 나온다. 스토리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갈 때 주인공의 벅찬 가슴을 표현한 최고의 아리아인셈이다.--사랑의 묘약 중에서.-
최고 절정의 환희의 순간 차분하고 서글픈 한 바순 소리가 나오면서 노래가 시작된다.
절절하게 애끓는 느낌에 숨이 턱 막힌다.
이 노래는 재 작년 가을 정말 정신없이 들었던 노래이다.
어느 순간 노래가 가슴에 박히더니 가을 내내 내곁을 떠나지 못했다.
사랑의 서약 오페라 보는 내내 이 노래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느낌을 내가 받을지가 궁금했다.
노래는 가을날이라 그럴 수 없이 내마음에 스스로 미끄러져 들어와 헤집어 놓는다.
그 절절함.그 애틋한 애닯음, 그 소박하면서 순박한 청년의 저런 사랑을 누가 외면할 수 있으랴 싶을만큼 처절했다.
마시면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를 열렬하게 좋아하게 된다는 약장수가 말하는 가짜 사랑의 묘약
말도 안되는 줄 알면서도, 헛된 희망에 속을 끓이는 그 누군가는 없을까.
사랑에 묘약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진실한 마음 이상 그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 속 어느 한켠 간직되어 있는 순수한 마음 둘춰내는 눈부시게 란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