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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에 서성이다~나의 가을 이야기 넷

페르소나 벗기 2008. 9. 22. 12:10

가을을 참 좋아한다.

 

가을이 되면 서성인다..

한해가 거의 지나가고 있다는 초조함도 들고..

파아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행복한 마음도 커지고..

 

가을엔 내 마음을 더 채워주고싶어진다..

더워서 비워내고 덜어내고 싶어했던 마음들을 다시 끌어들여와 무엇인가로 가득 넘치게 하고 싶다..

 

가을엔 자꾸 생각을 하게된다

귀찮고 미뤄두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를 채우는 작업과 나를 돌아보는 작업은 시와 음악과 친한 벗들로 우아하게 완성이 되어간다..

 

가을이 되면 꼭 듣는 노래들이 있고 꼭 들여다보는 시가 있고 꼭 만나야 할 친구들이 있다..

 

가을이 되면 듣는 노래는 20년 이상 되어 온 것 같다.

나는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노래로 나의 마음을 가다듬는다.

뭔가 막연한 그리움에 힘을  실어준다

가을이 되면 들여다 보는 이 시는8년 정도 된 것 같다..

가을만 되면 친구들에게 이 시를 적어서 보냈던 기억도 있다.

 

가을이 되면 꼭 들여다 보는 시는..

영미 시인의 가을에란 시다..

나의 20대에

너무나 화려하게 등단을 했던 최 영미 시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외치던..

그 때 그 시를 읽으며 약간의 공감만 했을 뿐

너무나 파격적인 시어들로 인해서 나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소유자라고 멀리했던 시인을 이 시로 인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가을에란 시로 인해서 그간에 내가 가졌던 가을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이 나만의 가을 느낌이 아니라 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해졌다...

 

가을에.... 최 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가을이다

담배 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얄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

 

가을이 되면 어디에선가 서성이고 있을 나의 친구들에게 이 시를 꼭 전해주고 싶다..

 

 

 

 

작년부터 시립미술관 길만큼 좋아하는 나만의 장소가 생겼다.

신정아 사건으로 유명해진 성곡미술관이다.

첫눈에 반해버린 미술관이다.

우선 미술관 들어가는 작은 골목길의 매력과 더불어 작고 아담한 미술관이 내게 주는 편안함이란..

단풍나무,은행나무,소나무들과 설치 미술 작품들,소나무 향기 또한 그윽해서 도심 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넘 황홀하고 행복했다.

하루라도 안보면 날라가버릴쎄라 몇주동안 쉬지않고 그곳을 달려가고 또 달려갔다.

언제나 그 장소에서 나를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그 넉넉함이란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나를 어루만지는듯한 느낌이다.

 

매해 가을은 내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보들레르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구름과 파아란  가을 하늘,그리고  나조차도 클라라 부인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은 브람스의 마음이 내게 진하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 가을 이야기-하나)

(가을 이야기 ---하나.)

요즘 부쩍 더 혼자 하는 것에 맛들렸다.

마치 갓난 아기가 처음 걸음마 할 때처럼..

너무 설레이고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다.

온전히 나만을 챙기면서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목욜 오후 회사 끝나고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광화문 까지 걸어가면서 해머링맨 한 번 보고 경향 갤러리에 가서 이 강주 초대전을 감상했다.

그리고 길을 건너서  광화문 역사관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가 금호 아트홀에 도착.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한 동일 독주회~

정말 많이 기대하고 손꼽아 기다렸던 가슴 간절한 연주회.

금호 아트홀이 그렇게 꽉 찬 것은 처음 보았다.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하다.

음악회는 혼자 간 게 처음인데 기분이 너무 좋다.

감정도 더 잘 잡히고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쇼팽의 녹턴과 , 폴로네이즈, 소나타 3..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베토벤 소나타 32 ..

이 곡 들이니 가을에 애잔한 느낌이 내 가슴 속으로 확 들어와버리고 감정에 복받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맺혔다.

베토벤은 분명 천재야..

그리고 저 곡을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저  피아니스트도 못지않은 천재야.

자신의 감정을 저렇게 툭 터트릴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 곡을 듣고 감격에 겨워서 눈물 흘리는 나도 못지않게 행복한 여인임에 틀림없다.

정말 행복한 가을 날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이야기--둘)

 

성곡 미술관에 중독된 여자.ㅎㅎ

무엇이 그리 좋은지 이제 설명하기도 귀찮다.

광화문의 쭉쭉 뻗은 그 마천루 사이에 그리 조용한 쉼터가 있는 줄 누가 알았으랴.

도심의 열기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마력을 지닌 곳.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던져놓고 조용한 나만의 쉼을 가질 수 있는 곳..

이곳에 와서야 나는 숨을 제대로 쉬는 것을 느낀다.

소나무 향기,은행나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조각품들.

아기자기한 야외 카페

그리고 척 클로스 판화전

푸르른 자연이내게 건네는 말들..

너 그래 그만하면 잘 살고 있다.

그만하면..~

다시 또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내게 아주 잔잔히 말해준다.

그리고 성곡 미술관 앞의 커피스트 맛있는 커피 한잔에 그간의 피로를 녹여준다.

 

(가을이야기 셋.)

 

케티 아트홀의 재즈 공연.~

두번째로 동생과 갔다.

로드리고가 작곡한 아랑훼즈 협주곡2악장을 연주했다.

예페스가 연주한 곡과 비교해서 현장감이 느껴져서인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페스의 기타가 더 가슴을 후비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연주를 가까이서 들으니 정말 마음이 설레이고

스페인의 아랑훼즈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페인 갔을 때 톨레도 때문에 아랑훼즈를 포기했는데.. 가끔씩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믈론 톨레도의 그 작은 골목길과 엘그레고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긴 했지만.

눈이 안보이는 상태에서도 아랑훼즈를 여행갔을 때의 감성을 곡으로 표현한 로드리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어야만. 상처 속에서만 그와같은 아름다운 작품들이 나오는 건가..~

그렇다면 상처를 달게 받고싶다는 내 맘은 허영덩어리인가..

뭔가를 쏟아내고 싶은데 막혀있는 내 맘..~

안타깝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이야기  넷 )

 

서울 시립  미술관 -남서울 분관

 

사당역 6번 출구,도보 5분 거리.

시립 미술 회관 분관이라고 하나..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었다고 한다.

빨간 벽돌색 건물이 화사하면서도 정감어린 느낌이 든다.

 

미술관 바닥이 원목 나무로 되어있는데 넘 편안하고 부럽다는 생각을 연신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나무로 되어있고 올라가는 계단쪽으로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눈부셨다.

 

난 이 건물을 꼼꼼히 보면서 파리에 있는 로뎅 미술관 생각이 났다.

창문을 통해서 쏟아지던 그 햇살~!

작품을 감상하기 곤란할만큼 눈부셨던 그 햇살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자화상--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과천 현대 미술관에서 보았던 고희동의 작품을 다시 봐서 반가웠고 이 쾌대,천경자,권옥연,내가 무지좋아하는 이 인성과 황주리,그외에서동진,이중섭등의 자화상이 있었다.

자화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화가의 내면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한 점만으로 전해오는 그들 내면의 향기..

이 전시회에서 가장 큰 수확이자 충격은 최욱경이었다.

화려하고 아주 대담한 색채감각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열정과 한

우리나라 화가도 저렇게 대담한 색깔을 쓰는구나.. 천경자의 그림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듯한 그림이었다.

발걸음이 제대로떨어지지도 않고..

제법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걸로 보아선 분명 그녀만의 한이 아주 깊을 터였다.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했을 것 같은 그녀.

보통 사람들에 의해서 상식적으로 만들어진 구조와 체제에 적응하기가 퍽이나 힘들었을터였고

갔다와서 검색 해 본 그녀의 삶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외국에서 살다가 로 살다가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위해 교수로 지냈던 것 같다.

아마도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교수직을 택했겠지만 그림에 나타난 그녀의 성향으로 보아선 그것이 무척 힘에 겨웠을듯싶다.

권위적이고 고루한 그 세계에서 제대로 숨을 쉬었을라나..그녀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의 내면의 대화를 더 소중하게 간직했을 그녀

자신의 내면의 고독을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것에 천작함으로써 예술로 승화시켰을 그녀가.. 잘 살아내기엔 이 사회는 너무나 많은 편견과 잣대로 힘들었으리라.

가만 내버려두고 적당한 관심으로 그녀를 지켜냈으면 좋았으련만..

 

그녀가 그린 자화상 속의 파란색 모자와 푸른 머리칼이 계속 마음에 남아 가슴을 아프게 내리친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아주 작은 구석까지도 섬세하게 느끼고 그 느낀 것을 관찰하는 작업은 고독과 일맥상통한다.

 

너무나 많은 세상과의 소통은 오히려 고독한 사람을 질식사 시킬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녀가 느꼈던 한이 내게도 전해져오는 것 같아

마음이 아주 묵직하다.

 

자화상 속의 푸른 고독...

 

출처 : 영원한 여울인
글쓴이 : 류혜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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